정부는 4일 발표한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기본계획'을 연내 수립하겠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2030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에 맞춰 배출허용총량을 설정하고 유상 할당을 확대한다는 방향성도 제시됐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번 기본계획 수립이 국내에서 배출권의 탄소 감축 기능을 활성화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배출권 거래제란 기업이 탄소 배출량에 상응해 배출권을 사고팔도록 하는 제도다. 배출권 가격 부담 때문에 기업이 탄소 저감 설비 투자에 나서도록 유도하려는 취지다. 2020년 기준 국내 배출권 거래제 대상 기업(637곳)이 배출한 탄소는 5억5,440만 톤으로, 같은 해 국가 전체 배출량(6억4,860만 톤)의 85.4%를 차지했다. 배출권 제도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실효성 높은 탄소 감축책이 되리라 기대되는 이유다.
그간 국내에서 배출권 거래제는 별다른 힘을 쓰지 못했다. 최근 6년간(2015~2020) 우리나라 전체 탄소 배출량은 4,400만 톤 줄었지만, 제도 적용 대상 기업의 배출량은 되레 1,170만 톤 늘었다. 대상 업체 수가 522곳에서 637곳으로 늘어난 영향도 있지만, 그보다는 배출권 가격이 너무 싸다는 점이 주된 이유로 거론된다.
한국에서 탄소 1톤 배출권 가격은 1만 원 안팎으로, 유럽연합(EU) 배출권 14만 원(약 100유로)보다 훨씬 싸다. 탄소 감축 설비 가격보다도 낮으니 감축 효과를 내기 어렵다. 권경락 플랜1.5 활동가는 "배출권 관리의 핵심 지표는 가격인데 우리나라는 현저히 낮다"고 했다.
배출권 가격이 낮은 건 정부가 무료 배출권을 많이 푼 탓이다. 정부는 3년마다 연도별 배출권 총량을 정하고 기업 부담을 고려해 일부를 무료로 나눠준다. 총량과 무상 할당량이 많으면 배출권 가격이 떨어지게 마련이다. 재작년 정부는 배출권 5억8,480만 개(톤)를 풀면서 이 가운데 97.4%(5억7,010만 개)를 공짜로 줬다. 그해 기업 배출량이 5억9,100톤이었으니 배출량 96.4%를 공짜로 내뿜은 셈이다. 배출권 총량 또한 2020년(6억6,250만 개)에 비해 4% 늘었다.
한국이 2030년 NDC를 맞추려면 매년 탄소를 4.18%씩 줄이고 그에 맞춰 배출권 총량을 줄여야 한다. 무상 할당을 줄여야 하는 것도 물론이다. EU는 내년부터 배출권 총량을 매년 4.2%씩 감축하고 무상 할당은 2032년까지 없앨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지난 4월 발표된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연도별 감축 목표에 맞춰 배출권 거래제 총량을 조정할 것"이라고 했다.
정부가 4차 기본계획 수립 기한을 앞당긴 건 긍정적으로 평가받는다. 원래 이번 계획의 법정 수립 시한은 내년 12월이었다. 하지만 2030년 NDC가 3년 전 상향된 데 이어 올해 연도별 세부 계획이 발표되면서 배출권 거래제 개선 요구가 커졌고, 산업계는 제도 본격 시행에 대한 부담을 우려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해 서둘러 각계 의견을 반영해 기본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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