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에서 절반, 시공에서 또 절반...사라진 철근 어디로 갔나
지난 4월 인천 검단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에 대해 사고조사위원회가 그제 발표한 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하중을 견디는 데 필요한 기둥의 철근이 무더기로 누락됐는데, 설계 단계부터 시공, 감리까지 어느 하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주민 입주 후 붕괴사고가 났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한 일이다.
사고 주차장은 수직으로 세워진 기둥으로 넓은 슬래브를 받쳐주는 ‘무량판 구조’다. 기둥으로만 슬래브를 지탱해야 하는 만큼 하중을 견딜 수 있도록 기둥에 ‘전단보장근’이라는 철근 부품을 반드시 넣어야 한다. 그런데 설계 도면상 32개 기둥 중 15개에는 철근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감리는 설계 도면을 확인∙승인하는 과정에서 이런 중요한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발주처인 LH와 시공사인 GS건설도 마찬가지였다. 알고서도 눈을 감은 것인지, 놓친 것인지 모를 일이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시공 과정에서 철근이 추가로 빠졌다는 점이다. 확인 가능한 8개 기둥을 조사해 봤더니 4개 기둥에서 설계 도면에 적시된 철근이 들어있지 않았다. 이 또한 일부러 뺐는지 착오로 빠졌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설계에서 철근이 절반 누락되고, 시공 과정에서 또다시 절반이 사라진 것이다.
광주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아이파크 붕괴 사고가 난 게 작년 1월이다. 대형 건설사가 1년여 만에 또다시 이런 사고를 낸다는 게, 그것도 명백한 하자를 아무도 걸러내지 못했다는 게 어처구니없다. GS건설은 “17개 동 단지 전체를 전면 재시공하고, 입주 지연에 따른 모든 보상을 다할 것”이라며 고개를 숙였지만 이걸로 끝날 일이 아니다.
이번 사고로 노출된 건설업계 전반의 안전 불감증을 확실히 뿌리 뽑아야 한다. GS건설의 공사 현장을 전수조사하는 것에 더해 설계, 감리업계까지 면밀히 살펴보길 바란다. 왜 철근이 빠졌는지, 걸러내지 못한 이유가 뭔지, 비리는 없었는지 명확히 따져 관련 업체를 엄중 처벌해야 하는 건 물론이다. 인명사고가 없었다는 게 책임 감경의 사유가 되어서는 절대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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