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논란 무기 투입 결정 임박설
반격 앞두고 열세 만회에 효과 판단
인권단체 "불발탄 민간인 살상 위험"
장기전으로 향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더 잔인한 양상을 띠게 될 조짐이다. 부작용이나 살상력이 강해 국제사회에서 100개 이상의 국가가 사용 중단을 합의한 무기까지 동원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가 이미 화학무기를 썼다는 의심을 사고 있는 와중에, 미국은 자칫 대규모의 민간인 희생으로 번질 수도 있는 집속탄을 조만간 우크라이나에 지원할 기색이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미국 언론들은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집속탄 제공 등 신규 군사 지원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고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정치 매체 폴리티코도 바이든 대통령의 최종 결정이 임박했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는 “바이든 대통령이 집속탄 지원을 승인했다”고 못 박았다.
집속탄은 모(母)폭탄이 터지면 그 안에 있던 수십 개의 자(子)폭탄이 흩뿌려지도록 설계된 폭탄이다. 불발탄이 나중에 터질 경우 애먼 민간인에게 재앙이 될 수 있어 상당수 국가에서 사용 중지를 선언했다. 일부 집속탄은 불발탄 비율이 40%에 달하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집속탄에 희생된 민간인은 최대 8만6,500명에 이른다는 추산도 있다.
2000년대 후반 집속탄 사용 및 제조, 보유, 이전을 금지하는 ‘집속탄에 관한 협약(CCM)’이 국제적으로 추진된 것은 이런 배경에서다. 현재 120여 개국이 이 협약에 서명한 상태인데, 여기에는 서방 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30곳 중 3분의 2가량도 포함돼 있다. 다만 공교롭게도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는 CCM에 참여하지 않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는 그동안 미국에 집속탄 지원을 줄기차게 요청해 왔다.
그럼에도 지금껏 나토 눈치를 보며 망설여 온 바이든 행정부가 기어코 ‘지원’ 쪽으로 방향을 튼 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주춤해진 현 상황 때문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군의 재래식 무기 부족 및 수적 열세 등을 극복하는 데 집속탄 사용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특히 러시아군 참호 공략에 집속탄이 유용할 것으로 본다고 지난달 로라 쿠퍼 미 국방부 러시아·우크라이나·유라시아 담당 부차관보가 의원들에게 말하기도 했다고 NYT는 전했다.
이에 더해 승기를 잡았다는 분석도 일부 작용했을 개연성이 있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무장반란 사태 직후인 이달 초 강연에서 윌리엄 번스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러시아의 군사적 약점이 탄로 났다”며 “대(對)러시아 스파이 확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 권부 균열을 활용하면 전쟁을 끝낼 수 있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명분이 없지도 않다. 미국의 이번 결정은 러시아군의 화학무기 사용 의혹에 대한 ‘맞불’ 성격도 있다. 우크라이나 매체인 키이우포스트 등은 전날 “러시아가 격전지인 바흐무트에서 피부에 수포를 유발하고 폐와 기도를 손상시키는 수포작용제 ‘루이사이트’를 사용하고 있다”는 우크라이나군 방위군 대변인의 주장을 보도했다. 러시아가 인정한 적은 없으나, 지난해 2월 개전 후 러시아군이 화학무기를 투하했다는 주장은 이미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러나 인도주의 인권 운동 진영이 보기에는 피장파장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이미 서로에 대한 공격에 집속탄을 썼다고 밝혔다. 국제앰네스티 선임 무기연구원 브라이언 캐스트너는 NYT에 “무차별한 민간인 살상을 부르는 집속탄을 사용하는 건 국제법 위반이자 잠재적인 전쟁 범죄”라고 비난했다. 의회의 반대도 만만치 않다. 아프가니스탄 참전용사인 제이슨 크로 미국 민주당 하원의원은 폴리티코에 “장기적으로 민간인에게 가해질 위험이 전장에서 즉각 얻을 수 있는 혜택을 능가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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