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시기 조리원 감축 후 충원 없어
서울대는 1년 만에 수요 80% 증가
곳곳서 '과부하' 호소…"지속 힘들어"
"(1,000원 식사 때문에) 일이 늘어난 걸 온몸으로 느껴요. 밥솥을 계속 들다 보니 어깻죽지랑 허리가 쑤시거든요."
6일 오후 2시, 서울 관악구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에서 배식을 마친 전송미(57) 조리원이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이날 아침·점심에 팔린 '1,000원의 식사'는 약 900그릇. 방학이지만 계절학기 기간 중에 저렴하게 한 끼를 해결하려는 대기줄이 식당 밖까지 길었다. 오전 6시 30분 출근해 아침·점심을 준비하는 전씨는 점심 배식이 끝나야 허리를 펴고 숨을 돌릴 수 있다. 그는 "앞으로도 이런 노동 강도라면 계속 일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며 한숨을 쉬었다.
주머니 사정이 어려운 대학생의 끼니를 챙기자는 '1,000원의 식사'가 큰 인기를 끌며 전국 145개 대학에서 시행 중이다. 학생이 1,000원을 내고, 정부(농림축산식품부)가 1,000원을 보태며, 나머지 금액은 학교가 부담하는 식이다. 올해 5월부턴 농식품부가 지원을 확대해 1,000원 식사 접근 가능 인원을 69만 명에서 234만 명으로 크게 늘렸다.
많은 학생들이 부담 없이 한 끼를 든든하게 챙길 수 있다는 사실은 분명 좋은 일. 그러나 1,000원 식사 인원이 늘수록 학교식당에서 일하는 조리원들의 업무 부담은 높아진다. 코로나 팬데믹 시기 비대면 수업 탓에 식당 근무 인원을 대거 줄였는데, 이후 추가 채용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식수(食數)만 급증했기 때문이다. 학교 식당 근로자 사이에선 "이렇게는 일을 계속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터져 나온다.
식사 수요 급증하는데 추가 채용 못해
학기 중과 방학까지 삼시 세끼 1,000원 식사를 제공하는 서울대는 특히 상황이 심각하다. 서울대 생활협동조합(생협)에 따르면 1,000원 식사 판매량은 2021년 15만4,359그릇에서 지난해 27만7,526그릇으로 79.8% 증가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20만7,609그릇, 연간 환산시 40만 그릇이 넘을 수도 있다. 직원들에 따르면 1학기 시험기간엔 아침에 500그릇, 점심에 1,500그릇이 팔릴 정도로 인기가 높다.
준비해야 할 식수가 늘었다면, 일하는 사람도 늘어야 당연한 일. 그러나 식당 근로자는 팬데믹 전보다 크게 줄었다. 서울대 생협에서 운영하는 6개 식당 직원 수는 2019년 3월 162명이었지만 올해 3월엔 108명으로 오히려 감소했다.
다만 생협과 학교가 손을 놓고 있었던 건 아니다. 인력 충원을 위해 계속 채용공고를 내고, 이번 달부턴 조리원 1호봉 기본급을 206만 원에서 219만 원으로 올렸다. 하지만 새 조리원을 데려와도 일반음식점보다 워낙 노동강도가 세다 보니 사람들이 금방 나가떨어지고 만다.
이창수 전국대학노조 서울대지부 부지부장은 "다른 식당에서 일하셨던 분들이 '말도 안 되게 힘들다'면서 2, 3일 있으면 나가버린다"고 상황을 전했다. 그러다 보니 남아 있는 조리원들은 기존에 일하던 고령 직원들이 주축이란다. 배식 인원 제한을 두지 않아 부담은 가중된다. 서울대 학생회관 식당의 양형모(53) 조리실장은 "무제한 제공이라서 음식이 떨어지면 새로 반찬을 준비해야 해서 힘들다"고 전했다.
"인원 충원 없이는 유지 곤란"
1,000원 식사로 인한 노동 강도 증가 문제는 서울대만의 일은 아니다. 다른 학교 식당 직원들도 과부하를 호소하고 있어 당장 2학기부터 대책이 시급하다. 서울대처럼 1,000원 아침 식사를 무제한 제공하는 충남대는 제2학생회관 식당 직원이 2019년 15명에서 올해 10명으로 줄었다. 충남대 생협 관계자는 "아침 준비로 일이 워낙 많아져, 다른 식당의 인력을 제2학생회관 식당에 재배치하는 방안을 고민 중"이라고 밝혔다.
전북대도 올해 5월 기준으로 하루 150명 판매 제한을 뒀는데도 근로 인원이 부족해 허덕이고 있다. 1,000원 식사 제공 장소인 전북대 후생관 식당 직원은 2019년 18명에서 팬데믹 시기 8명으로 줄었다가, 올해 10명이 됐다. 전북대 생협 관계자는 "인원 추가 없이는 유지가 어려워 특단의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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