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넷플릭스 천하, K콘텐츠에는 독이다

입력
2023.07.08 12:01
23면
0 0
라제기
라제기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미국 제작사가 만든 덕분에 시청량에 따라 봉준호 감독에게 재상영분배금이 주어진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영화 '옥자'는 미국 제작사가 만든 덕분에 시청량에 따라 봉준호 감독에게 재상영분배금이 주어진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를 한번 해볼까라는 말이 영화감독들 사이에서 이제 쑥 들어갔어요.”

최근 만난 한 영화인이 전한 말이다. 코로나19로 극장 관객은 급감하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자는 급증하면서 드라마 시장이 급성장했던 시절은 지났다는 것이다. 매니지먼트 관계자들에게서도 비슷한 맥락의 말이 들린다. 배우들 드라마 출연 제의가 최근 반 토막이 났다고 한다.

그럴 만도 하다. 지난 1, 2년 동안 드라마 제작에서 큰손 역할을 했던 토종 OTT 티빙과 웨이브가 올해 들어 투자를 확 줄였다. OTT시장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돈을 쏟아부었다가 투자 효과는 크게 못 보고 손실만 크자 지갑을 서둘러 닫고 있다. 티빙은 지난해 영업손실 1,191억 원을, 웨이브는 1,213억 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분간 두 업체는 투자에 소극적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 관측이다. 2021년 국내 시장에 야심 차게 출사표를 던졌던 OTT 디즈니플러스는 최근 국내 콘텐츠 관련 인력을 구조조정했다는 말이 들린다. 조직을 재정비하고 국내 콘텐츠에 투자를 재개하기까지엔 시간이 걸릴 상황이다.

글로벌 공룡 OTT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장악력은 굳건하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넷플릭스의 시장 점유율은 38%다. 2, 3위인 티빙(18%)과 웨이브(14%)의 점유율을 합친 수치보다 6%포인트 높다. 매출액은 7,732억 원으로 2위 업체 티빙(2,475억 원)의 3배 이상이다. 영업이익은 142억 원이었다. 전쟁과도 같은 국내 OTT 경쟁 속에서도 2, 3위 업체와 달리 수익을 낸 것이다.

넷플릭스의 시장 장악력은 더 커지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가 투자 관망세로 전환하고, 디즈니플러스까지 부침을 겪고 있으니 넷플릭스의 투자 낙점을 기다리는 콘텐츠 제작사들이 다시 늘고 있다. 한 영화계 관계자는 “극장이 아직 살아나지 않아 영화 제작은 쉽지 않고, 다른 OTT는 드라마 투자가 끊겼으니 넷플릭스 쏠림 현상이 더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창작자들이 더 살기 힘들어지게 됐다는 점이다. 넷플릭스가 보다 우월적 지위에서 콘텐츠 제작 계약을 할 수 있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제작사에는 제작 수수료 수준의 돈을 주고 제작을 맡기는 계약을 한다. 보통 제작비의 10%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으나 최근 그 비율이 한 자릿수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지식재산권(IP)은 넷플릭스가 모두 가져가니 제작사와 감독, 시나리오 작가 등이 부가 수익을 얻을 기회는 아예 없다.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 하청업체처럼 콘텐츠를 납품하는 셈이다. 흥행에 따라 제작사와 감독 등이 큰돈을 벌 수도 있는 극장 상영과는 구조가 다르다. 창작자들이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사라지면 콘텐츠 질 저하로 이어지기 마련이다.

넷플릭스는 한국과 달리 미국에서는 감독과 작가 등에게 재상영분배금(Residuals)을 주고 있다. 콘텐츠 시청 실적에 따라 돈을 추가로 지급하는 것이다. 국내에서는 저작권법 규정 미비로 재상영분배금을 요청할 수 없다. 넷플릭스 공동 최고경영자(CEO) 테드 서랜도스가 지난달 한국을 찾아 국내 창작자들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었다. 수익 분배에 대한 질문에 그는 한국 창작자가 최대한 혜택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만 언급했다. 넷플릭스의 한국 시장 쥐어짜기는 지속될 듯하다.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