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공원 앞 170m 구간 순종 동상 '역사왜곡 논란'
인근 5개 아파트 3,400여 세대 교통민원...철거 가닥
대한제국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대구를 방문한 역사를 기념한다며 조성한 '순종황제 어가길 동상'이 수 년간 역사왜곡 논란 끝에 철거된다.
11일 대구 중구에 따르면 순종 동상이 있는 달성공원 인근에 공동주택이 많이 들어서 교통관련 민원이 제기될 수 있다며 달성토성 복원사업 시기에 맞춰 철거하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동상 반경 500m 안에는 1,501세대 아파트 등 모두 아파트 5곳에 3,478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중구는 지난 2017년 4월 달성공원 앞 왕복 4차선 진입로 170m 구간에 12억6,600만 원의 예산을 들여 최대 폭 20m, 높이 30㎝의 중앙보도에 높이 5.46m 규모로 대례복 차림인 순종의 동상을 조성했다. 차선도 왕복 2차선으로 줄어 들었다.
중구는 순종이 통감시기이자 한일합방 1년 전인 지난 1909년 1월7~13일 대구와 부산, 마산을 돌아본 남순행의 역사적 의미와 시대의 상징성을 재현하고 달성토성의 경관을 활용하는 테마거리를 조성한다는 취지로 동상을 조성했다. 당시 순종은 열차를 타고 대구역에 도착해 북성로 등을 들렸고 2일 차인 8일 부산 등으로 갔다가 12일 대구로 돌아와 달성공원 등을 방문했다.
이를 기록한 '남순행일기'에는 순종이 생산과 산업의 발전을 장려하는 등 지방행정 쇄신의 의미 등을 담고 있지만 일제가 순종을 전면에 내세워 통감정치를 합리화한 보여주기식 순행이라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중구는 당시 "치욕적인 역사도 우리의 역사"라며 "항일정신을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으로 승화시켰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조선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와 동행한 순종은 일본 제복을 입고 일본 신사까지 참배한 터라 대례복 동상은 '친일미화', '엉터리 흑역사'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김일수 경운대 교양교육학부 교수는 "순종의 남순행은 일제가 대한제국을 식민지로 삼는 의도가 반영된 것"이라며 "독립운동 현장이나 애국지사들이 고초를 겪었던 곳이 다크투어리즘의 장소가 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류규하 중구청장은 "달성공원 인근에 공동주택이 많이 건립되면서 교통민원이 예상되고 있어 달성토성 복원사업과 발맞춰 어가길을 정비하고, 순종 동상도 철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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