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책임자 중 한 명인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검찰이 6개월이 되도록 기소 여부를 결론 내지 않고 있다. 그사이 박희영 용산구청장과 이임재 전 용산경찰서장까지 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구속 기소된 6명 전원이 보석으로 풀려나 수사 동력이 떨어졌다. 검찰이 정무적 부담을 신경 쓰느라 시간만 보내며 유가족들의 고통을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검찰은 올해 1월 13일 경찰청 특별수사본부로부터 김 청장을 불구속 송치받아 그의 집무실을 두 차례 압수수색했다. 4월엔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불러 조사했다. 이임재 전 서장은 지난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부서에 핼러윈 축제와 관련해 경비기동대를 요청하라고 지시했고, 직원이 서울청 주무 부서에 지원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회 청문회에서도 “저는 지금도 제가 (경비기동대를) 지원 요청했다는 것에 대해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청장은 “(기동대 요청을) 받은 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서울 한복판에서 발생한 전례 없는 참사에 치안 책임자의 법적 의무를 따져 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구은수 전 서울청장의 경우,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에서 집회의 지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혐의(업무상과실치사)가 인정돼 대법원에서 벌금 1,000만 원을 확정받은 바 있다.
대검은 전문가 의견 수렴 등을 이유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탄핵심판 결론을 앞두고 윗선 책임론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상황을 피하자는 전략은 아닌가. 실제로 수사팀과 대검 수뇌부의 의견 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고, 파견검사 복귀 등으로 사실상 수사팀이 해체된 상황이라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더한다.
법리 적용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지만, 최종 법리 판단의 권한은 법원에 있다. 수사기관인 검찰이 소극적으로 움직일수록 유족의 억울함을 키우고, 검찰 불신이 깊어질 수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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