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4년 전 美 EC-121 격추 등 거론하며 "대가 치를 것"
합참 "허위 주장 긴장 조성 행위... 즉각 중단" 촉구
북한이 미국 전략정찰기가 최근 북한 동해상 영공을 침범했다며 격추를 위협하고 나섰다. 수십 년 전 격추 사례까지 언급하며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현 가능성은 낮지만, 북한이 격추라는 단어를 써가며 수위를 높인 건 이례적이다.
이에 맞서 우리 군은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고 즉각 반발했다. 하지만 북한이 맞대응으로 도발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커졌다. 미국은 핵미사일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핵잠수함(SSBN)을 한반도에 보낼 것이라고 예고한 상황이다.
북한은 10일 국방성 대변인 명의 담화를 통해 최근 미군 정찰기 RC-135, U-2S와 무인정찰기 글로벌호크(RQ-4B)가 동·서해상을 비행하며 공중 정탐행위를 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특히 조선 동해에서는 몇 차례나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주권이 행사되는 영공을 수십 ㎞나 침범하는 사건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은 1969년 미군 정찰기 EC-121과 1994년 주한미군 OH-58 헬리콥터가 격추당한 사건을 거론했다. 아울러 “영공까지 무단 침범하는 도발적인 공중 정탐 행위는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며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조선 동해상에 격추되는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나지 않으리라는 담보는 그 어디에도 없다”고 엄포를 놨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역시 이날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미 공군 전략정찰기가 오전 5시경부터 "우리측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경제수역 상공을 침범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 간첩 비행기들이 아군 해상 군사분계선을 넘어 침범하곤 하는 우리 경제수역 상공, 그 문제의 20∼40㎞ 구간에서는 필경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합동참모본부는 “미국 공중 감시정찰 자산의 한반도 주변 비행은 통상적인 정찰 활동이며 영공을 침범했다는 북한의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어 “허위 주장으로 긴장을 조성하는 행위를 즉각 중단하도록 엄중히 촉구한다”고 맞섰다.
미 핵추진순항미사일잠수함(SSGN)은 지난달 16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해 한미 연합 특수전 훈련을 실시했다. 이어 미 공군 B-52H 전략폭격기도 지난달 말 한반도 상공에서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펼쳤다. 미 국방부는 이에 더해 핵무기를 탑재한 오하이오급 SSBN이 “미래의 어느 시점에” 한반도에 기항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특히 18일에는 서울에서 한미 핵협의그룹(NCG) 첫 회의가 열린다. 북한의 핵 공격을 가정해 미 핵자산의 정보를 공유하고 한미 양국이 공동기획과 실행에 나서는 것이다. 대북 핵억제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 위해 4월 한미 정상이 합의한 것이다. 북한이 반발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북한은 이번 '격추' 발언으로 내부 결속도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당초 △5월 ‘군사정찰위성’ 발사 성공 △6월 위성발사 성공 자축 △7월 27일 ‘전승절(정전협정 체결일)’ 열병식에서 위성 공개라는 시나리오를 구상했지만, 첫 단추인 위성 발사부터 실패하면서 체면을 구겼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정찰위성 실패의 충격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만간 긴장 조성에 시동을 걸고 7·27 70주년 맞이 대규모 열병식과 연설을 통해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주도권 극대화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북한은 지난달 15일 윤 대통령이 주관한 가운데 열린 한미연합·합동 화력격멸훈련 종료 직후에 평양 순안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2발을 쐈다. 발사 직전 국방성 대변인 명의로 훈련을 비난하며 "우리의 반응은 불가피하다"고 위협했고, 실제 도발에 나선 전례가 있다.
정대진 한라대 교수는 이번 북한의 발표에 대해 “한미 NCG와 8월 한미연합군사연습을 앞두고 군사적 긴장의 책임을 떠넘기고 자신들의 군사 행동에 대한 명분을 쌓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SRBM이나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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