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위생관리법상 개고기 판매는 불법
개정된 동물보호법 시행, 판례 지켜봐야
올해도 초복(11일)을 맞아 개식용을 둘러싼 해묵은 논쟁이 재연되고 있다. 특히 올해는 국회와 서울시의회에서 개식용 금지 내용을 담은 법안과 조례가 잇따라 발의되면서 논란이 가열되는 모양새다. 이달 8일에는 서울 종로구 보신각 일대에서 개식용 찬반을 둘러싼 맞불집회가 열렸다.
지난 4월 27일부터 시행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동물의 임의도살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동물단체와 육견협회는 잔인한 방법이 아니어도 식용으로 개를 도축하는 행위를 금지할 수 있다는 의견과 그렇지 않다는 의견으로 맞서고 있다. 또 식품위생법상 개식용의 합법 여부를 놓고도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① 축산법상 개는 가축이기 때문에 먹을 수 있다?
축산법 시행령 2조 2항에 개는 노새∙당나귀∙토끼와 함께 가축으로 정의돼 있다. 하지만 축산법과 시행령, 시행규칙에 가축으로서의 개 사육과 관리를 다룬 규정은 따로 없다. 이를 근거로 개 사육 농가는 개 사육이 합법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개식용을 반대하는 측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18년 이상돈 의원은 가축에서 개를 제외하는 내용의 축산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함태성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해 열린 강원대 동물법센터 학술대회에서 "반려 목적이든 식용 목적이든 사육을 금지하는 규정이 없는 한 사육 자체가 법에 반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한재언 동물자유연대 법률지원센터 변호사도 "축산법은 개를 가축으로 열거하고 있으므로, 개고기 역시 축산법상으로는 축산물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함 교수와 한 변호사는 다만 "개식용을 허용하는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는 의견을 냈다.
② 축산물위생관리법상 개고기 도축은 합법이다?
축산물위생관리법은 가축의 사육·도살·처리 및 축산물의 가공·유통 등을 규정하고 있는데, 개는 이 법에서 가축으로 규정돼 있지 않다. 개의 도살 방법이나 가공·유통하는 방법에 대한 기준이나 규정도 전혀 없다. 이 때문에 개 도살 기준이 없으니 도축해도 된다, 법의 취지로 볼 때 법에 반하는 행위다라는 의견이 엇갈린다.
육견협회는 개는 축산물위생관리법의 관리 대상이 아니며 자가도축은 '기타가축'만 허용해 개가 들어 있지 않지만 개가 과거 축산물가공처리법에 도축장에서 잡아야 하는 가축으로 등재됐다 삭제된 점 등을 고려하면 개는 장소를 불문하고 도축해도 된다고 주장한다.
반면 동물보호단체는 "축산물 위생관리법에 개를 포함하지 않는다는 것은 오히려 개가 축산물로 이용하는 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는 입장이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식용을 목적으로 사육하는 타조와 오소리의 경우 가축은 아니지만 축산물위생관리법 시행규칙에는 포함시켰다"며 "반면 개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했다.
분명한 건 개 도축 행위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함태성 교수는 "현재의 축산물위생관리법을 보면, 개 도축과 관련된 실체적인 집행 규정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입법 공백이 존재한다는 점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함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축산물관리법상) 개 도축은 별도 벌칙 규정이 없으므로 처벌 대상은 아니다"라고 봤다.
③ 식품위생법상 개식용은 불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식품에 사용할 수 있는 원료의 목록을 고시한 '식품공전'에 개고기는 포함돼 있지 않다. 식품위생법 제7조에 따르면 법으로 정한 식품원료가 아닌 식품을 판매, 제조, 조리 등을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돼 있다. 동물단체들은 이를 근거로 개고기를 파는 것은 불법이라고 주장한다. 이를 감안하면 지난 2016년 살아 있는 개의 계류시설과 도살설비는 없앴지만 개고기는 여전히 판매하고 있는 모란시장 판매 업자들 역시 불법으로 해석할 수 있다.
반면 육견협회는 식품공전의 식품원료 판단 기준에서 '국내에서 전래적으로 식품으로 섭취한 근거'가 있는 것은 식용으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수천 년 동안 안전하게 먹어온 개고기는 식품원료로서의 근거가 명확하다고 반박한다.
하지만 식품원료 판단 기준을 보면 안전성과 건전성이 입증된 것 이외의 경우 식약처장이 식품원료로서 사용 가능 여부를 판단한다고 돼 있다. 한재언 변호사는 "식약처장이 개고기를 식품원료로서 사용 가능한지 승인한 적이 없으므로 개고기는 식품원료로 사용할 수 없음이 명백하다"며 "단순히 전래적으로 사용했다는 것만으로 식품원료 근거가 명확하다고 할 수 없는 게 식품공전의 입법 취지"라고 설명했다.
식품공전에서 개고기를 식품원료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분명하므로 식품위생법상 개고기를 파는 것은 불법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다만 식약처는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고기를 단속하지 않고 있다.
④동물보호법 개정으로 식용 개 도축을 금지할 수 있다?
지난 4월 27일 개정된 동물보호법 제10조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했다. 이때 정당한 사유를 시행규칙에서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나 재산상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하여 다른 방법이 없는 경우 △다른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 허가, 면허 등을 받은 경우 △다른 법률에 따라 동물의 처리에 관한 명령, 처분 등을 이행하기 위한 경우로 한정했다.
즉 그동안에는 '잔인한 방법' 또는 '같은 종류의 다른 동물이 보는 앞에서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 등 법에서 열거하는 행위만 처벌할 수 있지만 시행규칙 개정으로 잔인한 방법이 아니어도 개를 도살하는 행위는 불법으로 처벌할 수 있다는 게 동물단체의 해석이다.
반면 육견협회는 동물보호법 제10조는 조문번호만 바뀌었을 뿐 개정 전 동물보호법 제8조와 내용 및 형식이 유사하므로 식용견 도축이 불법으로 되었다고 해석하는 것은 지나친 유추 확장 해석이라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채일택 동물자유연대 정책팀장은 "과거 시행규칙에서 '정당한 사유 없이 죽음에 이르는 행위'를 열거해 금지했지만, 법원에서는 열거 내용에 부합하지 않더라도 처벌한 사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시행 규칙 개정의 취지는 정당한 사유 없이 동물을 죽음에 이르게 하는 행위를 금지하려는 데 있다"며 "식용 목적의 개도살은 어떠한 정당한 사유에도 해당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농림축산식품부 측은 "개정된 내용이 기존 법에도 있었지만 법 체계상 문제가 있어 보완한 것"이라며 "다만 법 체계를 개선한 만큼 개정된 법을 적용한 판례를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한 동물단체가 최근 개 도살장을 급습하고 도살업자를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발했다. 개정된 동물보호법이 적용되는 첫 사례여서 잔인한 방법이 아니어도 개 도축 행위를 처벌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