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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스토피아 인류세

입력
2023.07.16 15:5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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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지층 아래에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의 ‘기술화석’이 발견된 현장. KAIST 인류세연구센터 제공

지층 아래에서 플라스틱과 알루미늄 등의 ‘기술화석’이 발견된 현장. KAIST 인류세연구센터 제공


플루토늄(Pu)은 1940년 UC버클리 화학·물리학 연구팀이 우라늄 238에 중수소를 충돌시키는 실험을 통해 발견했다. 원자번호 92인 우라늄, 93인 넵투늄에 이어 94번 자리를 얻었다. 천왕성(Uranus), 해왕성(Neptune)에 이어 명왕성(Pluto)에서 이름을 땄다. 우라늄 붕괴 과정에 극미량이 자연적으로 만들어지지만 지구에 쌓인 플루토늄은 핵무기 실험 산물이다. 미군이 일본 나가사키에 떨어뜨린 팻맨은 첫 플루토늄 원자폭탄이다.

□지구과학자들이 최근 지질시대의 현재를 규정하는 인류세(Anthropocene)의 지표 후보지 12곳 중 캐나다 온타리오주 남쪽 크로퍼드 호수를 선정했다. 이들은 1만1,7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이후인 신생대 4기 홀로세(Holocene)를 우리가 속한 지질시대로 2008년 정했지만 10여 년 만에 바꾸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전 지질시대와 달리 인간 활동이 지구 지질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게 그 이유다.

□크로퍼드 호수는 표면적이 2.4헥타르에 불과하지만 수심은 24m로 깊다. 밀도차로 상하층 물이 섞이지 않는 특이성 때문에 바닥 진흙층에 인류 활동의 부산물이 켜켜이 쌓여 있다. 분석된 성분들 가운데 플루토늄은 대표 지표다. 인류세가 1950년대를 시작으로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냉전 시기에 수없이 이뤄진 핵무기 실험의 방사능 낙진이 크로퍼드 호수 바닥에 쌓인 것이다.

□인류세는 내년 8월 부산에서 열리는 국제지질학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예정이다. 그럼에도 인류세 논쟁은 그치지 않는다. 암석층 등 자연이 지구에 변화를 준 그간의 지질시대 구분과 달리 핵실험, 화석연료 연소 등 인간 활동이 지구에 미친 영향을 기준 삼기 때문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정치적 목적성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낸다. 지질 변화를 확인하기엔 너무 짧은 시간 아니냐는 문제제기도 있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지옥의 왕' 플루토늄은 인간이 지구에 남긴 치명적인 흔적이다. 반길 수만은 없는 인류세 도래다.


정진황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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