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아스파탐, 암 걸릴 수 있지만 먹어도 괜찮다" 한입 두말 WHO?
알림

"아스파탐, 암 걸릴 수 있지만 먹어도 괜찮다" 한입 두말 WHO?

입력
2023.07.14 14:00
0 0

두 산하 기구의 '모순적 평가' 여과 없이 공개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유해성 평가 결과 공개가 되레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칼로리 음료. 뉴시스

세계보건기구(WHO)의 아스파탐 유해성 평가 결과 공개가 되레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감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진열된 제로 칼로리 음료. 뉴시스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포함한다. 일일섭취허용량은 체중 1㎏당 40㎎으로 재확인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의 유해성을 평가해 14일(현지시간) 내놓은 보도자료의 요지다. 아스파탐은 '제로콜라'를 비롯한 음료는 물론 사탕 아이스크림 과자 막걸리 등 '무설탕'을 표방하는 식품에 두루 쓰이는 원료. 이 때문에 아스파탐이 발암물질일 가능성이 제기됐을 때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비상한 관심을 보였지만, 최종 선고자 격인 WHO의 판단은 명쾌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실무 책임자가 "제품 철수나 소비 중단을 하라는 것은 아니지만 절제를 권고한다"(프란체스코 브랑카 WHO 영양·식품안전국장)고 한 것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한입으로 두말하는 듯한' WHO의 아스파탐 평가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이번 평가는 국제암연구소(IARC)와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합동 결과물이다. 두 기관 모두 WHO와 관련 있다. 전자는 WHO 직속 기구이고, 후자는 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의 공동 산하기구다. 아스파탐에 대해 ①섭취하면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지만 ②현행 섭취허용량은 유지해도 된다는 일견 모순적인 보도자료 내용은 두 기관의 평가 결과를 그대로 나열한 것이다. ①이 IARC, ②가 JECFA의 결론이다.

같은 물질에 대한 이처럼 결이 다른 분석은 양 기관의 평가 잣대가 사뭇 다른 점과 무관치 않다. JECFA는 특정 성분을 식품을 통해 섭취했을 때 안전성 여부를 평가한다. 반면 IARC는 섭취량과 무관하게 물질 자체의 발암 위험성을 따진다.

아스파탐 유해성 연구가 아직은 미진한 단계라는 사정도 있다. 양 기관은 일부 연구에서 아스파탐 섭취와 간암 발병의 연관성이 드러나긴 했지만 기존 허용치를 바꿔야 할 만큼 증거가 충분히 쌓인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IARC의 메리 슈바우어-베리건 박사는 "발암과 아스파탐의 관련성이 어떤 메커니즘으로 나타나는지 등이 규명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학계에서는 아스파탐 섭취와 암 발병 사이의 매개변수를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예컨대 과체중으로 원래 암에 취약한 이들이 체중 감량차 아스파탐이 들어간 음료를 마실 가능성이 크지 않겠냐는 것.

그럼에도 아스파탐에 대한 불안이 충분히 불식되지 않은 데에는 WHO의 책임이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평가 결과 공개 과정에서도 두 평가 기관은 물론이고 상위기구인 WHO까지 가세해 불협화음을 냈다는 것이다. 실제 WHO의 브랑카 국장은 "식탁에 물 대신 감미료가 든 탄산음료를 놓아두고 산다면 결코 좋은 습관이 아니다"라며 "왜 위험을 감수하나, 소비 패턴을 재고할 것을 권한다"고 일갈했다. 반면 JECFA는 "일반인이라면 아스파탐 함유 다이어트 음료를 하루에 14캔까지 마셔도 안전하다"고 밝혔다. "WHO의 보고가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데이비드 스피겔할터 영국 케임브리지대 명예교수)는 촌평이 나오는 이유다.

이훈성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