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인천~호찌민 노선 결항
업계 "승객 피해 확산 최소화해야"
아시아나항공이 사상 처음 조종사노동조합의 쟁의 행위에 따른 국제선 결항 사태를 맞았다. 16일 인천~베트남 호찌민 왕복 항공편이 제때 이륙하지 못하면서 승객 300여 명이 여행 일정에 차질을 빚은 것. 회사 측과 조종사노조 측은 이번 결항 사태의 원인으로 꼽히는 '스탠바이 근무(비운항 조종사의 대기 근무)' 거부의 정당성을 두고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업계에서는 본격 휴가철을 앞두고 비슷한 이유로 연쇄 결항이 빚어질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1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이날 오전 7시 35분 인천국제공항을 출발해 현지시간 11시 5분 베트남 호찌민에 도착할 예정이던 OZ731편이 조종사노조 단체 행동으로 인해 제때 이륙하지 못한 사실을 승객들에게 알렸다. 이에 따라 현지시간 이날 낮 12시 5분 호찌민에서 같은 비행기로 출발해 인천으로 돌아올 예정이던 OZ732편도 뜨지 못했다. OZ731편에는 승객 125명, OZ732편에는 171명이 탑승할 예정이었다.
아시아나항공 "스탠바이 근무자 연락 두절에 결항 조치"
아시아나항공 측은 결항 원인으로 스탠바이 근무자의 연락 두절을 꼽았다. 회사 관계자는 "조종사노조 단체 행동에 따른 영향으로 부족 승무원(기장·부기장) 섭외를 할 수 없어 결항 조치했다"고 설명하면서 "결항편 고객에게는 환불 조치하거나 자사 후속편 또는 타사 항공편을 연결하고 있지만 불만을 해소하기 어려운 상태"라고 했다.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노조의 준법 투쟁으로 15일까지 국내선 8편이 결항되고 국제선 35편과 국내선 19편 등 54편이 지연됐지만 국제선이 아예 뜨지 못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항공사 측은 조종사노조가 승객들의 사정을 무시한 채 무리한 쟁의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회사 관계자는 "평상시 조종사의 건강 문제나 경조사 등으로 빈자리가 생겨도 스탠바이 인력으로 결항 없이 대체할 수 있었는데 이번 쟁의행위 과정에서는 조종사들이 스탠바이를 전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들은 특히 조종사들이 사측의 전화조차 받지 않는 점을 문제 삼으면서 이 같은 행위가 반복돼 연쇄 결항으로 이어져 휴가철 승객 수송 계획에 큰 차질이 빚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노조 "근본적 책임은 사측에 있다"
조종사들도 할 말은 있다. 이들은 이번 결항 사태의 쟁점으로 '현행 스탠바이 근무 제도의 정당성'을 쟁점으로 꼽는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이날 본보와의 통화에서 "이번 결항 사태의 1차 책임은 사측에 있다"고 주장했다. 인천~호찌민 노선에 투입될 예정이던 A부기장을 운항 직전 중국 창샤~인천 노선 대체편에 투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라는 게 이들 설명이다.
조종사노조 관계자는 "14일 0시 40분 창샤에서 인천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정비 문제로 대체편이 마련됐는데, 15일 오후 2시에 뜬 대체편에 A부기장이 투입됐다"며 "규정상 A부기장은 인천~호찌민 노선에 투입될 수 없는 걸 사측이 알면서도 벌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①대기 근무자가 반드시 투입될 수밖에 없는 조건을 수시로 만들어 온 사측의 근무 편성 관행과 ②스탠바이 근무시간(하루 12시간)이 현실성이 떨어지게 만든 규정을 이참에 바로잡는 게 우선이라는 게 이들 주장이다.
업계에서는 지난달 7일 조종사노조가 준법 투쟁을 시작한 가운데 벌어진 결항 사태의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눈여겨보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24일로 예정된 파업이 시작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결항이 발생해 걱정이 커지고 있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여행 제한이 풀린 첫 여름휴가철인데 승객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노사가 더 적극적으로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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