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금요일 경남 창녕군 우포늪에 도착하니 적막감 속에 장맛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한겨울이면 철새 울음소리로 가득 찬다는 우포늪은 여름이면 마름과 개구리밥이 물 위를 메워 우리가 상상하는 제대로 된 늪의 형태를 갖춘다. 가끔 황소개구리의 울음소리가 메아리를 만들어 내며 평온한 분위기를 더했다.
늪 주변으로 난 산책길을 걷다가 우거진 넝쿨 속에서 우포늪의 명물인 늪배를 발견했다. 새벽녘 일출 때 이 배를 탄 어부의 그물 걷는 모습이 우포늪을 상징하는 풍경이었기에 어부 없는 늪배가 조금은 낯설었다. 장마철을 맞아 안전 때문에 조업을 중단한 어부가 물가에 조용히 매어 놓았으리라. 강가였으면 혹시나 떠내려가지 않을까 걱정이 되겠지만 허술하게 매어 놓은 늪배를 보고 있으니, 이마저 우포늪의 운치를 더해주는 평화로운 풍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전국적인 비 피해로 마음이 어수선한 지금 우포늪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은 우포늪이 홍수를 예방하는 큰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포늪은 오래전 낙동강이 범람하면서 자주 물난리가 난 곳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물과 함께 몰려온 토사가 제방을 만들고 배후습지인 우포늪을 만들어 냈다. 지금은 홍수에는 물을 저장해 주변 농지를 보호하고, 가뭄에는 주변으로 물을 공급하는 조절 기능까지 하고 있다. 우포늪에서 새삼 자연의 위대함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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