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조 않고 '따로국밥'대응 드러나
행복청 제방공사 부실 속속 증언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를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 등 관리당국의 부실한 대응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재난 상황에서 밀접한 공조를 했어야 할 관계기관은 서로 따로 놀았고, 다른 기관에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소식을 수차례 전해 듣고도 늑장 대응으로 일관했다. 심지어 사고 이후에도 관계기관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행태를 계속해 빈축을 사고 있다.
1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15일 오전 미호강의 제방 붕괴 가능성을 가장 먼저 알아챈 기관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었다. 당일 행복청은 미호천교 확장 공사 현장에 나가 있던 감리단장으로부터 제방 붕괴 위기 상황을 보고받았다. 사고가 일어나기 2시간 20분쯤 전인 오전 6시 26분이었다.
이에 행복청은 3분 후인 6시 29분 청주시청 하천과에 전화를 걸어 주민 대피 필요성을 전달했다. 또 6시 31분과 6시 38분, 두 차례에 걸쳐 충북도 자연재난과에도 위기 상황을 알렸다. 미호강 수위가 더 올라가자 행복청은 6시 57분 청주시 흥덕구청 건설과에, 7시 19분에는 흥덕구청 도로담당 부서에 각각 긴급 전화를 돌렸다. 환경부 산하 금강홍수통제소도 6시 31분 흥덕구청 건설과에 전화를 걸어 주민 대피 등 대책을 촉구했다. 도청·시청·구청에 최소 6차례 이상 관계기관의 경고가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연락을 받은 청주시청 관계 부서와 흥덕구청은 안전안내 문자만 2차례 발송했을 뿐 현장 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았다. 특히 도로관리청인 충북도에 위기 상황을 전파하지 않았다. 청주시 관계자는 “행복청 등 외부 기관에서 홍수 위기 상황을 전달받아 매뉴얼대로 안전 문자를 발송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매뉴얼상 상급 기관에 보고할 이유는 없었다”며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지하차도는 도청 소관”이라고 덧붙였다.
17일 충북도는 사고 당일 미호강 위기에 대해 산하 지자체에서 연락을 받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이석식 충북도로관리사업소장은 “청주시청이나 흥덕구청 등으로부터 전혀 보고가 없었다”며 “위험한 상황을 알았다면 당시 비상근무자들이 교통통제 등 뭔가 조치를 취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고 당일 충북도로관리사업소는 폐쇄회로(CC)TV로 현장을 지켜보다 침수 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현장에 출동했다.
위기상황 전파 여부를 놓고 행복청과 충북도가 서로 남 탓을 하는 볼썽사나운 모습도 이어졌다. 행복청은 당일 오전 6시대에 2차례 충북도 자연재난과에 홍수 위기 상황을 알렸다고 밝혔지만, 충북도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홍명기 충북도 자연재난과장은 “행복청 통보를 보고받은 적이 없다"며 "그 시간에는 괴산댐 월류 문제로 모든 직원이 비상 대기 중이었고, 행복청 연락을 받은 사람은 없다”고 했다.
미호강 제방 공사가 부실했다는 증언도 잇따르고 있다. 오송읍 주민 김기훈(57)씨는 “그동안 미호천교 확장 공사장에서는 공사를 쉽게 하기 위해 제방 높이를 크게 낮췄다가 비가 오면 토사로 임시 제방을 쌓아 놓기를 반복했다”며 “이곳이 늘 약하고 불안한 부분이었다”고 말했다. 사고 당일 강 건너에서 제방 붕괴를 지켜본 주민 이모(60)씨는 “미호천교 확장 공사 구간의 제방이 터지면서 많은 물이 지하차도로 쏠렸다”며 “임시로 쌓아 놓은 둑이 폭우에 허약하게 무너져 내렸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미호천교는 행복청이 746억 원을 들여 2018년 2월 착공, 올해 11월 완공 예정인 6차선 교량이다. 원래 제방은 금강유역환경청 소관이지만, 공사 기간 중에는 점용허가를 받은 행복청이 관리한다. 제방 부실 논란에 대해 행복청 측은 “임시 제방은 계획 홍수위보다 1m 높게 쌓았다”며 “공사 때문에 제방을 낮췄다는 주장은 주민들의 오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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