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변호사 한동훈 장관에게 편지 보내
로톡 가입 이유 변협 변호사 123명 징계
"불확실한 미래에 잠 못 이뤄" 로톡 가입
"법률시장 변하지 않으면 정체·퇴보 우려"
“장관님, 안타깝게도 저는 ‘생계형 변호사’입니다.”
30대 청년 변호사 A씨가 17일 이런 내용의 손편지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보냈다. 그는 법률서비스 플랫폼 ‘로톡’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대한변호사협회(변협)가 징계한 변호사 123명 중 한 명이다. 곧 법무부 변호사징계위원회 심의를 앞두고 있다. 스스로를 생계형으로 칭할 만큼 A씨 편지엔 왜 로톡에 가입할 수밖에 없었는지, 청년 변호사의 어려운 현실이 절절히 담겼다.
청년 변호사는 왜 로톡에 가입했나
1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전날 법무부 장관실에 A씨가 쓴 A4 용지 6매 분량의 서신이 도착했다. A씨 등 변호사 123명은 변협 징계가 부당하다며 이의를 신청해 20일 법무부 심의가 열린다. 변협 징계가 적정한지 판단하는 징계위원장이 바로 한 장관이다. 칼자루를 쥔 수장에게 전하는 일종의 호소문인 셈이다.
A씨는 편지에서 먼저 변호사로서의 긍지를 강조했다. 그는 “먹고사는 일은 8년 차 변호사인 제게 여전히 중대사인데 부족한 능력과 부덕함 때문일 것”이라며 “그러나 많은 의뢰인 중엔 절 ‘참된 변호사’로 기억해 주는 분들이 있고, 아무리 많은 돈을 줘도 맞바꾸지 않을 벅찬 보람을 선물해줬다”고 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 앞에 청년 변호사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2016년 변호사 합격증을 받아 들고 설렘과 두려움으로 처음 시장에 발을 디뎠을 땐 어디서, 어떻게 사건을 찾아야 할지 참 막막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선택할 수 없는 길”을 소개했다. 법조인 집안 출신이거나 포털사이트에 매월 수백만 원의 광고비를 지급하고, 위법한 대가와 연결된 사무장을 영입하는 것 등이 그런 길이다. 그래서 “발품을 팔아 사건 수임 방안을 찾아야” 했고, “불확실한 미래에 잠 못 이루기도 일쑤일 수밖에” 없었다.
생계의 고달픔에 그가 선택한 대안은 로톡이었다. 로톡은 로앤컴퍼니가 변호사와 의뢰인을 연결해 법률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로 2014년 출시한 온라인 서비스다. A씨는 “로톡이 없었다면 의뢰인들은 저란 변호사가 세상에 유용하게 쓰이길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을 결코 알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리걸테크, 국민 이익 부합"... 법무부 징계위 주목
그는 법률서비스에 정보기술을 접목한 ‘리걸테크’ 등 법률시장도 시대에 맞게 변화해야 한다는 제언도 했다. A씨는 향후 10년을 “대한민국 법치 행정이 무한 경쟁과 도전이란 격랑 속에서 세계를 선도해 나갈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자 절체절명의 위기”로 진단한 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 정체와 퇴보만이 기다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을 향해서도 “로톡으로 태동한 리걸테크 서비스가 법치를 굳건히 하고, 기술 발전으로 낮아진 법률서비스 문턱이 국민의 정당한 이익과 권리 행사에 큰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고 호소했다.
지난해 기준 로톡 활동 변호사 10명 중 8명은 경력 10년 이하였다. 적은 돈으로 자신을 알릴 수 있다는 장점 덕에 업력이나 자본력이 부족한 젊은 변호사에게 인기를 얻었다. 2021년만 해도 가입 변호사 수가 4,000명이나 됐다.
그러나 여러 변호사 단체의 고발(변호사법 위반)과 제재로 지금은 가입자가 반토막 났다. 수사기관은 3차례 고발 건을 전부 무혐의 처분했으나, 변협은 자체 규정을 개정해 로톡 이용 변호사 123명에게 최대 1,5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징계를 의결했다.
법무부 변호사징계위 심의 결과가 리걸테크 산업의 미래를 가늠하는 분기점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의신청이 인용되면 징계는 즉시 취소되며, 변협은 불복할 수 없다. 기각돼도 법원 판단을 구하는 절차가 남아 있다. 법무부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와 제반 사항을 꼼꼼히 살펴 충실히 심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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