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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엄마 아들로 다시 태어날게"… 오송 지하차도 참사 눈물의 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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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엄마 아들로 다시 태어날게"… 오송 지하차도 참사 눈물의 발인

입력
2023.07.18 20:00
수정
2023.07.18 21: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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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 장례식장 곳곳 희생자 8명 발인 엄수
유족들 "사고 예견 가능"… 당국에 쓴소리

18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모(76)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손자 이씨가 영정사진을 든 가운데, 검은색 양복차림의 장남 이씨가 슬픔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로 목숨을 잃은 박모(76)씨의 발인이 진행됐다. 손자 이씨가 영정사진을 든 가운데, 검은색 양복차림의 장남 이씨가 슬픔으로 인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


“엄마 속 많이 썩이는 아들이었어요. 죄송해요. 다시 엄마 아들로 태어나 꼭 말 잘 들을게요.”

큰아들 이모씨가 어머니에게 보내는 마지막 메시지

18일 충북 청주의 한 대학병원 장례식장. 궁평2지하차도 참사 희생자 중 1명인 박모(76)씨 발인이 진행됐다. 박씨는 여러 명의 사망자가 나온 747번 급행버스를 탔다가 사고를 당했다. 장남 이모씨는 어머니를 떠나보낼 준비가 아직 안 된 듯했다. “청주는 비가 많이 와 도로가 통제됐는데, 니는 괜찮나.” 사고 1시간 전 고인은 경기 일산에 사는 아들에게 안부 전화를 걸었다. “엄마, 난 괜찮아요”라고 답한 28초가 마지막 통화가 될 줄은 몰랐다. 매주 주말 어머니를 뵈러 일산에서 청주를 오갈 때마다 그는 버스로 사고 지점을 통과하곤 했다. 이씨는 “엄마 생각이 나 당분간은 그곳으로 못 다닐 것 같다”고 흐느꼈다.

희생자 14명 중 8명의 발인이 이날 엄수되면서 시내 곳곳이 슬픔이 잠겼다. 박씨의 딸은 장의차가 도착하자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딸은 연신 “엄마, 엄마 없이 못 살아”를 외치며 목놓아 울었다. 고인의 영정 사진을 든 손자 이씨도 비통한 표정이었다. 이날 또 거센 비가 쏟아져 조문객들의 마음은 더 무겁게 가라앉았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변을 당한 안모(24)씨의 발인이 치러졌다.

18일 오전 충북 청주 시내 한 장례식장에서 오송 지하차도 침수사고로 변을 당한 안모(24)씨의 발인이 치러졌다.

인근의 다른 장례식장에서도 3명의 희생자가 사랑하는 가족과 지인 곁을 떠났다. 이 가운데 2명은 꽃다운 나이의 20·30대들이었다. 희생자 안모(24)씨는 1박 2일 여수 여행을 위해 친구와 747번 버스에 올랐다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지불식간에 딸을 잃은 안씨의 어머니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릴 기력도 없는지 메마른 얼굴로 운구차에 올라탔다. 또 다른 빈소에서도 이른 아침부터 많은 조문객들이 사회초년생 조모(32)씨의 마지막을 기렸다. 장의차 앞에서 어머니는 아들의 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발걸음을 떼지 못해 주변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책임 떠넘기기에 유족들 쓴소리

유족들은 경황이 없는 와중에도 참사 책임을 서로 떠넘기기 바쁜 경찰과 지자체 등 관계 기관들에 쓴소리를 했다.

이번 사고로 장모를 잃은 사위 박씨는 “사고 발생 후 17시간 동안 지자체에서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아 직접 실종자의 생사를 알기 위해 백방 뛰어다녔다”며 “안내해 주는 공무원이 한 명도 없는 게 과연 국가가 국민에게 할 수 있는 처사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다음 날인 19일 발인을 앞둔 고 최모(24)씨의 아버지도 격앙된 목소리로 “1시간 전부터 112에 관련한 신고가 접수됐다는데 통제를 왜 안 했느냐”며 “’윗선’에서는 분명히 이번 사고를 감추려 할 텐데 반드시 책임 소재를 규명해야 한다”고 철저한 수사를 주문했다.


청주=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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