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부 지역 폭우로 인한 사망∙실종자가 50명을 훌쩍 넘어섰다. 2011년(78명) 이후 12년 만의 가장 큰 인명 피해다. 올해만의 예외적 현상이 아니다. 작년에는 서울에서 115년 만의 가장 큰 폭우로 저지대 반지하 주택이 집중 피해를 입었고, 2020년에는 역대 최장기 장마를 겪었다. 이상기후로 내년, 내후년엔 더 극한의 상황이 닥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물관리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현재 모든 물관리 업무는 환경부가 맡고 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물관리일원화 조치로 국토해양부,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쪼개져 있던 물관리 업무를 환경부로 일원화했다. 수질, 수량에 더해 작년 초 하천관리까지 모두 넘겨받았다. 통합 물관리 정책 부재, 부처 간 업무중복, 과잉 투자 등의 비효율을 걷어내자는 취지였다.
문제는 환경부가 물관리 전반을 담당할 역량을 갖추고 있느냐다. 이번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원인이 된 미호강 관리 책임도 환경부에 있지만 충북도와 청주시에 위임, 재위임되며 책임소재 공방을 불렀다. 수해 우려가 큰 지방하천은 환경부가 직접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한다는데, 수질 관리 업무가 주력인 환경부가 5대강 본류에 더해 지류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020년에도 용담댐과 섬진강댐의 급격한 방류량 증가로 방류 실패 논란을 낳았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어제 최고위원회의에서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하는 것이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환경부로의 일원화가 기상재난 증폭을 감안하지 못한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 수긍할 만하다. 다만 수해를 4대강보 존치와 연결해 전 정부 정책 뒤집기에 활용하겠다는 의도여서는 곤란하다.
물관리는 국민 생명과 직결된 문제다. 환경부의 역량을 더 강화하든, 일부 기능을 다시 쪼개든, 국토부로 일원화하든 모든 대안을 열어놓고 논의해볼 일이다. 여야 모두 초당적일 필요가 있다. 답을 정해놓고 서두르면 정쟁만 커질 것임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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