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콘서트에 울고 웃는 동남아
'아시아 이벤트 중심' 싱가포르 전문가 인터뷰
편집자주
2023년 2월 한국일보의 세 번째 베트남 특파원으로 부임한 허경주 특파원이 ‘아세안 속으로’를 통해 혼자 알고 넘어가기 아까운 동남아시아 각국 사회·생활상을 소개합니다. 거리는 가깝지만 의외로 잘 몰랐던 아세안 10개국 이야기, 격주 목요일마다 함께하세요!
“왜 해외 스타들은 작은 나라인 싱가포르만 찾고 우리나라는 외면하는가.”
최근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같은 글이 자주 올라온다. 틀린 말은 아니다. 싱가포르는 인구 600만 명의 도시 국가다. 콘서트 관람객 수가 콘서트 수익으로 직결되는 점을 감안하면,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국가 중 가장 인구가 많은 인도네시아(2억7,000만 명)의 문을 먼저 두드리는 것이 편리한 접근법이다.
월드 투어에 나선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는 동남아 국가 가운데 싱가포르에서만 콘서트를 하기로 했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도 싱가포르를 유난히 자주 찾는다. 싱가포르만의 ‘매력’이 있다는 의미다.
싱가포르 관광 전략을 연구하는 캔 셍 우이 호주 태즈매니아대 문화유산관광학과 교수와 콩 친 라우 싱가포르 사회과학대(SUSS) 경영대학원 부교수를 최근 화상으로 만나 싱가포르가 ‘아시아 이벤트 중심지’가 된 비결을 물었다.
-다른 동남아 국가와 차별화되는 싱가포르의 특징은.
콩 친 라우 부교수(이하 라우)= "①지리적 접근성이 높다. 싱가포르는 동남아 중심에 있어서 동서남북에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호주가 있다. ②다른 동남아 대도시들보다 교통 체증이 적은 편이다. ③개방적이다. (이슬감 국가 등) 일부 국가는 노래 가사나 가수의 의상에 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댄다. ④마이스(MICE) 산업이 발달한 물류·금융 중심지다(마이스 산업은 기업회의(Meeting), 포상관광(Incentive travel), 국제회의(Convention), 전시회(Exhibition)를 융합한 서비스 산업이다)."
-싱가포르 정부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캔 셍 우이 교수(이하 우이)= "싱가포르가 하루아침에 아시아 엔터테인먼트 중심지가 된 건 아니다. 정부는 2000년대부터 국가 브랜드를 만들려고 노력했다. 각 분야 이벤트를 유치했고, 글로벌 아티스트에게 적극적으로 구애했다. 싱가포르 관광청은 몇 해 전 미국 유명 가수 찰리 푸스와 홍콩 래퍼 잭슨 왕과 협력해 싱가포르 명소를 홍보하는 영상을 찍어 큰 호응을 얻었다.
또 국내총생산(GDP)의 5%를 관광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콘서트 관람객을 비롯한 관광객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서비스업의 질적 향상을 위해 정부가 매우 기민하게 움직인다."
-해외 가수들의 콘서트가 창출하는 경제 효과는.
라우= "싱가포르에서 열리는 콘서트는 아세안 지역 팬들을 끌어모으고, 이는 관광 수익을 창출한다. 내년 1월 콜드플레이 콘서트로 싱가포르가 올릴 수익은 약 9,600만 싱가포르달러(약 916억 원)로 추산된다. 코로나19 팬데믹 직전인 2019년 싱가포르 방문객의 1인당 평균 지출액은 1,448싱가포르 달러(약 138만 원)였다. 4년이 지난 점을 감안해 보수적으로 따져 보면, 이번 관람객들이 3일간 쓰게 될 숙식비는 약 1,600싱가포르 달러(약 152만 원)로 예상된다."
-한국이 배울 점은 무엇인가.
우이= "한국은 이미 방탄소년단(BTS)이나 블랙핑크, 트와이스 등 성공한 아이돌 그룹이 많고 막강한 소프트파워를 지닌 나라다. 전 세계에 한국 식당도 퍼져 있다. 한국에 대한 세계의 이미지는 매우 긍정적이다. 다양한 개별 콘텐츠를 관광 산업과 연계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분산된 산업을 응집력 있게 결합해 상품으로 만들면 훌륭한 수익 창출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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