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호천교 임시제방 부실 축조 정황
높이 낮았거나 일부 무너졌을 가능성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의 직접적 원인이 된 것은 인근 미호강의 월류 현상이다. 이 월류 당시 강물이 임시제방을 넘었을 때의 수위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주장해 온 제방 높이보다 낮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시제방의 실제 높이가 행복청 설명보다 낮았거나, 제방이 일부 무너졌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결국 제방이 부실하게 축조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강홍수통제소에 따르면 미호강 미호천교 수위는 15일 오전 4시 10분 홍수경보 발령 당시 27.47m를 기록한 뒤 오전 9시 20분 29.87m까지 올랐다. 5시간 10분 동안 2.4m나 상승한 것이다. 해당 수위는 오전 9시 50분이 되어서야 29.86m로 처음 꺾이기 시작했다.
금강홍수통제소 관계자는 “약 5시간 동안 어른 키를 훨씬 넘는 높이로 수위가 상승한 것”이라며 “수위센서의 오차를 감안하더라도 아주 빠른 유량 증가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미호천교 상판 아래에 부착된 레이저 방식의 수위센서는 10분 단위로 수위를 측정해, 충남 공주시 홍수통제센터로 전송하도록 되어 있다.
당시 미호천교 수위를 시간대별로 확인해 봤더니, 오전 6시 10분 28.79m로 계획홍수위(28.78m)를 1㎝ 초과했고, 1시간 뒤인 7시 10분에는 29.34m를 기록했다. 60분 동안 55cm 상승한 것이다. 이어 미호강물이 임시제방을 넘기 시작(7시 52분)하기 직전인 7시 50분에 측정된 수위는 29.63m였다. 계획홍수위보다 85cm 높은 것으로, 이것만 보면 월류를 피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추정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행복청이 줄곧 “임시제방을 계획홍수위보다 0.96m 높은 29.74m로 쌓았다”고 설명해 왔다는 점에 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7시 52분에는 약 11㎝의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이론적으로 월류 현상은 발생할 수 없다. 결국 행복청이 더 쌓은 높이가 0.96m가 안 되었거나, 그만큼 더 높게 쌓았음에도 이미 제방이 무너져 그 높이가 29.74m보다 낮았던 것으로 추정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도 부실 쪽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위센서가 수위를 잘못 측정했다는 증거가 있다면 모르겠으나 ‘임시제방을 더 높이 쌓았다’는 주장은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행복청과 공사 감리단장 등이 밝힌 15일 오전 상황을 감안하면 임시제방 부실 축조 의혹은 더 짙어진다. 행복청과 시공사 측은 ‘계획홍수위보다 0.96m 더 높게 쌓은 임시제방’이었음에도, 오전 6시 30분부터 긴급 보강 작업을 통해 임시제방을 더 높였기 때문이다. 당일 오전 7시 8분에 촬영된 사진에 따르면 인부들이 나와 모래주머니로 둑을 보강했고, 그 둑 높이와 미호강 수위 사이엔 큰 차이가 없다.
행복청이 과거의 계획홍수위 기준(28.78m)을 적용해, 제방을 더 낮게 쌓았다는 의혹도 있다. 5년 단위로 수립되는 2018년도 하천정비계획 등에 따르면 미호천교 계획홍수위는 이전보다 24cm 높은 29.02m다.
제방 부실 의혹에 대해 행복청 관계자는 “수위센서가 임시제방 맞은편에 있어 임시제방 쪽 수위와는 차이가 날 수 있고, 이전 홍수위 기준을 적용한 것은 미호천교 설계가 2014~16년에 이뤄진 뒤 2017년 발주, 2018년 1월 착공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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