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신망 높던 10년 무사고 베테랑
승객들에게 "창문 깰 테니 탈출하라"
필사의 노력… 정작 본인은 못 나와
“아들아, 어디 가려고….”
19일 오전 6시 30분 충북 청주시 한 의료원 장례식장.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당시 747번 급행버스에서 승객들을 구하다 탈출하지 못하고 참변을 당한 버스기사 이모(58)씨의 발인이 엄수됐다. 유족들을 비롯해 사고 직후부터 빈소를 지킨 친구, 직장 동료들은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이씨의 관이 안치실을 나와 운구 차량에 실리자, 구순을 넘긴 백발의 노모는 아들의 관을 붙잡고 “아들아, 어디 가려고”라며 한참을 오열하다 가족들의 부축을 받았다. 이씨의 두 아들도 비통한 표정으로 운구차에 올라탔다. 통곡하는 가족들을 보던 조문객들도 고개를 떨군 채 눈물을 훔쳤다.
운구 행렬을 지켜보던 이씨의 지인들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고인의 친구 김모씨는 “승객들이 모두 탈출하는 걸 보고 가장 마지막에 버스를 나왔을 사람”이라며 “버스 안에서 승객들을 구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노력했을 모습을 생각하면 너무 마음이 아프다”고 말 끝을 흐렸다.
지인들에 따르면 택시 기사였던 이씨는 친구 추천으로 10여년 전부터 버스를 몰았다. 이후 버스를 운행하는 동안 사고 한 번 낸 적 없던 베테랑 기사였다. 오전 5시 50분 첫차 운행 3시간 전 출근해 동료들의 커피를 준비할 정도로 따뜻한 품성을 지녔다. 한 직장 동료는 "미호강이 범람할 때까지 도로 통제 등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당국이 너무 원망스럽다”며 “고된 일에도 늘 환하게 웃음 짓던 이씨의 모습이 그리울 것”이라고 슬퍼했다.
이씨가 소속돼 있던 버스회사 홈페이지에도 그를 추모하는 글이 잇따라 올라왔다. 한 작성자는 “마지막 순간까지 승객들을 대피시키기 위해 애쓰신 기사님을 생각하니 가슴이 너무 먹먹하다”며 “이번 참사로 희생된 분들 모두 편안히 영면하시기 바란다”고 적었다.
이씨가 운행하던 747번 급행버스는 청주국제공항과 오송역을 오간다. 지난 15일 오전 폭우 당시 버스는 강내면에서 오송역 방면으로 향하다 기존 노선이 도로 침수로 통제되면서 궁평2지하차도로 우회해 진입했다. 버스는 685m 길이 지하차도 중 430m 지점에서 갑자기 밀려들어온 강물에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침수됐다. 버스가 움직이지 못하자 이씨는 승객들을 향해 “창문을 깰 테니 빨리 나가라”며 마지막까지 탈출을 도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빠져나오지 못했고, 이틀 전인 17일 지하차도 안에서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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