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불확실한 경기상황에도 인위적 경기부양책은 가동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일각의 추가경정예산 편성 요구에도 “추경은 빚 더 내자, 빚잔치하자는 말과 같다”며 일축해 왔다. 하지만 이번 홍수 피해로 대규모 재정지출 요인이 추가된 데다, 국내외 기관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계속 낮춰지는 등 경고음이 잇달아 어떤 식으로든 경기대책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국무회의에서 이번 수해와 관련해 “정부는 모든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구조와 복구 작업, 그리고 피해자 지원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며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실제로 19일 집중호우 피해가 큰 경북 예천군과 충북 청주시 등 13곳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거론한 이권·부패 카르텔 보조금 폐지가 수해 복구 등을 위한 적정한 재정대책인지는 미지수다. 우선 폐지되는 보조금 예산의 즉각 전용이 가능할지 여부도 문제다. 전용이 가능하다 해도, 특별재난지역 지자체의 수해복구비만 최대 80%가 국비지원인 데다, 농수축산물 피해 보전 등에도 막대한 재정이 필요하다. 정부는 일단 각 부처 재난대책비와 정부 예비비 등을 동원한다지만 간접 재정수요까지 감안하면 추경 편성이 불가피하지 않으냐는 지적이 많다.
보다 유연한 재정정책에 대한 요구는 비단 수해 때문만이 아니다. 투자·수출 회복 기대가 약화하는 가운데, 국제유가 불안과 중국 경기둔화 우려 등 대외 상황도 만만찮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19일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을 아시아에서 가장 낮은 1.3%로 추가 하향조정했다. 안 그래도 정부의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내수대책이 미약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건전재정 기조 유지도 좋지만, 지금은 추경을 포함해 보다 활달한 내수대책이 적극 검토될 필요가 크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