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병사가 그제 유엔사령부가 관할하는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견학 도중 무단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미군 이등병인 이 병사는 한국인 폭행 혐의로 체포됐다가 풀려난 뒤 미국 송환에 따라 공항에서 대기하다 달아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 그는 JSA 견학 프로그램으로 판문점 투어를 돌던 중 갑자기 월북했다는 게 목격자 전언이다. 이 병사는 미 육군 제4보병사단 소속 이등병으로 한국 내 근무지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는 한국인 폭행 혐의로 두 달여간 구금됐다가 지난 10일 풀려나 추가 징계 절차에 따라 미국 송환을 앞두고 있었다고 한다.
공항 이탈 과정이나 JSA 견학 프로그램 참여 경위, 보안 관리 등 미군 병사의 무단 월북과 관련한 의문이 적지 않다. 코로나 확산 사태로 금지됐다가 2020년 10월 재개된 JSA 견학 프로그램 참여가 외국인에게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우리 국민은 국정원에 신청 후 신원조회 등을 거쳐 허가까지 2~7주가 걸리는 반면 외국인은 3일이면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한다. 이 병사는 미국 내에서 추가 징계를 피하기 위해 미리 JSA 견학을 신청한 후 월북을 감행한 것으로 추정된다. JSA 견학 재개 시 관람객 보안 심사에 허점이 없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 사건이 접경지역은 물론 북미관계에 미칠 영향이다. 미 백악관은 북측 카운터파트와 이 문제에 대해 대화 중이라고 한다. 과거 억류 미국인을 데려오기 위해 북미 고위급 협상이 벌어져 해결된 전례도 없지 않으나 지금은 긴장이 고조돼 있다. 북측이 핵협의그룹 출범 등과 관련해 한미를 향해 비난 담화를 쏟아냈고 미 전략핵잠수함의 부산항 기항에 대응해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북측이 날을 세우는 현 정세에 비춰 월북 병사의 신변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패키지여행으로 북한을 방문했다가 식물인간 상태로 귀환해 숨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건으로 미 여론이 들끓었다. 한미 당국은 돌발 사건이 큰 불상사로 번지지 않도록 송환 협상 등 상황 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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