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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것도 즐거움"... 자신의 이름 딴 연구소 찾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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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모르는 것도 즐거움"... 자신의 이름 딴 연구소 찾은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입력
2023.07.19 17:38
수정
2023.07.19 17:45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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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즈상 쾌거 1년... 제2필즈상 노린다
고등과학원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개소
'허준이 펠로우' 선정해 장기연구 지원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9일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허준이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19일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서 특별강연을 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시스


"이번 주는 '재구성 추측'을 생각해 보고 있는데, 대부분의 시도가 그런 것처럼 큰 어려움을 겪고 있어요. 하지만 이렇게 잘 모르겠는 상태의 즐거움도 있어, 즐겁게 지내고 있습니다."

지난해 7월 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필즈상을 받은 허준이(40)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여전히 '난제'에 빠져 있다. 19일 서울 동대문구 수림문화재단에서 열린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 개소식에 참석한 허 교수는 '필즈상 수상 이후 어떻게 지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또 다른 난제에 도전하는 걸 즐기고 있다고 답했다.

앞으로는 허 교수처럼 난제에 도전하는 젊은 수학자들이 허 교수의 이름을 딴 연구소와 연구 지원 제도를 통해 긴 호흡으로 연구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고등과학원은 허 교수의 필즈상 수상 1주년을 기념해 과학원 산하 수학난제연구센터를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로 확대 개편하고, 허 교수의 서울대 학부·석사 시절 지도교수였던 김영훈 고등과학원 수학부 교수를 소장으로 임명했다. 아울러 '허준이 펠로우' 제도를 통해 잠재력이 뛰어난 젊은 수학자들을 선정하고 자율적인 장기 연구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다.

비눗방울과 물방울을 세는 법을 통해 '같음과 다름'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뉴시스

비눗방울과 물방울을 세는 법을 통해 '같음과 다름'에 대해 강연하고 있는 허준이 프린스턴대 교수. 뉴시스

허 교수는 이날 '같음과 다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그는 버섯, 비눗방울, 물방울, 조약돌 등이 각각 여러 개 있는 사진을 보여 주며 이들을 셀 때는 "과감한 단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 속에 조약돌이 몇 개 있냐 물으면 보통 하나, 둘, 셋 이렇게 세서 답한다. 이 답변에는 여러 개가 모두 '같은' 조약돌이라는 전제가 깔려 있다. 하지만 사실 그 돌들은 모두 완벽히 같지 않다. 허 교수는 "조약돌이 만약 감수성이 있고 예민하다고 가정한다면 한데 묶어서 세는 건 상당히 폭력적"이라면서 "'같다'라는 표현을 어떤 식으로 사용할지 약속을 정하는 게 (같음과 다름을 정의하는) 질문의 핵심"이라고 했다.

강연 말미에는 "구별할 수 없는 것들을 같다고 하는 것은 수학자들이 좋아하는 '단순화'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서 미국 수학자 하이먼 배스의 '인생과 수학에는 단 두 가지 질문이 있다. 무엇이 참인가? 왜 참인가?'라는 말을 소개했다. "결국 깨끗하고 정확하게 생각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허 교수는 강조했다.

한편 '포스트 허준이'를 꿈꾸는 '허준이 펠로우'에는 라준현 영국 임페리얼칼리지런던 박사후연구원, 박현준·최인혁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이 선정됐다. 허준이 펠로우는 미국 클레이수학연구소의 클레이 펠로우를 본뜬 제도다. 허 교수 역시 2014년 클레이 펠로우에 선정돼 5년간 연구 지원을 받았고, 허 교수를 포함해 클레이 펠로우를 지낸 연구자 중 9명이 필즈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20년 내 두 번째 필즈상 수상자를 배출한다는 게 허준이수학난제연구소의 목표다. 허 교수는 "국내에는 필즈상 수상 가능성이 있는 뛰어난 수학자들이 한두 사람 정도가 아니라 매우 많다"면서 "적당한 환경만 주어진다면 10년 내에도 (연구소가)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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