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산속서 와플도 구워 먹었는데... 이승윤 산사태로 숨진 '자연인' 부부 추모
알림

산속서 와플도 구워 먹었는데... 이승윤 산사태로 숨진 '자연인' 부부 추모

입력
2023.07.19 17:55
수정
2023.07.19 21:18
0 0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글 올려 "따뜻하고 멋진 분으로 기억"
눈 맞으며 김치볶음밥 먹으며 야외에서 온기 나눠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고 장병근(왼쪽)씨가 눈을 맞으며 방송인 이승윤과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다. 2019년 방송 출연 모습이다. MBN 방송 캡처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고 장병근(왼쪽)씨가 눈을 맞으며 방송인 이승윤과 김치볶음밥을 먹고 있다. 2019년 방송 출연 모습이다. MBN 방송 캡처

방송인 이승윤이 집중호우로 인한 산사태로 숨진 장병근(69)씨를 추모했다. 이승윤과 고인은 2019년 방송된 종합편성채널 MBN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만나 연을 맺은 사이다.

이승윤은 19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을 올려 "'나는 자연인이다' 출연자분이셨던 장병근님과 부인께서 폭우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따뜻하고 멋진 분으로 기억하고 있는데 마음이 아프고 안타깝다"고 애도했다. 그는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더 이상의 피해가 없기를 바란다"는 말도 보탰다. 오랜 기간 여러 지역 주민의 배려와 성원에 힘입어 '나는 자연이다'로 인기를 얻은 이승윤은 18일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고 장병근(왼쪽)씨가 와플에 청국장을 올려 음식을 만들고 있다. 2019년 출연 모습. MBN 방송 캡처

리얼리티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고 장병근(왼쪽)씨가 와플에 청국장을 올려 음식을 만들고 있다. 2019년 출연 모습. MBN 방송 캡처

20여 년 동안 산중생활을 한 장씨는 생전에 웃음이 넘치고 유쾌했다. 장씨는 산속에서 직접 와플을 구워 이승윤과 나눠 먹었다. 소스는 청국장이었다. 이승윤은 "맛이 정말 한국적"이라면서 "정말 새로운 맛"이라며 신기해했다. 당시 장씨는 산에서 말도 키웠다. 장씨는 자신을 "장돌배기"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승윤을 "아우님"이라고 불렀다. 그렇게 형과 동생이 된 두 사람은 눈을 맞으며 함께 김치볶음밥을 나눠 먹었다. 해발 800m 산속에 지어진 집 마당에서 두 사람이 서로 온기를 나누며 함께 즐긴 '자연 식사'였다.

19일 경북 예천군 K병원 장례식장에 '집밥 활동가' 전명배씨와 '자연인' 남편 장병근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류수현 기자

19일 경북 예천군 K병원 장례식장에 '집밥 활동가' 전명배씨와 '자연인' 남편 장병근씨의 빈소가 차려져 있다. 류수현 기자

"나는 나답게 살기로 했다"며 자연에서 살던 장씨는 15일 경북 예천군 효자면 백석리를 덮친 산사태 매몰 사고로 숨졌다. 그의 아내인 전명배(67)씨도 숨진 채 발견됐다. 전씨는 남편의 고향인 예천에 2019년 가을쯤 정착했다. 전씨는 서울에서 장 담그기와 집밥을 권장하는 '집밥 활동가'로 활동했다. 마을 사람들에 따르면, 전씨는 활발하고 붙임성이 좋아 마을 부녀회 총무로 활동하면서 동네일도 도맡아서 했다고 한다.

이웃들은 이 부부의 황망한 죽음에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마을 주민 박진녑(70)씨는 "공부도 많이 하셨던 분이 자연에서 살려고 산으로 왔다가 사고를 당해 너무 불쌍하다"며 "무공해 농사 짓는다고 노력도 많이 했는데, 이젠 편한 곳에서 잘 쉬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전씨와 장씨 부부의 발인은 21일. 두 부부는 아내가 그렇게 가 보고 싶어 했던 제주도를 돌아 하늘길로 떠난다.

양승준 기자
류수현 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