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경북 예천군 하천에서 집중호우 때 실종된 주민을 수색하던 중 급류에 휩쓸린 해병대원이 실종된 지 14시간 만에 숨진 채로 발견됐다. 사고 당시 그를 포함한 대원들은 구명조끼를 입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가 기본적인 안전장구도 갖추지 않은 채 급류 속 수색 작업에 병사들을 무리하게 투입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북도소방본부와 해병대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1시 8분쯤 예천군 내성천 고평교 하류 400m 지점에서 해병대 1사단 포병대대 소속 A일병을 수색 당국이 발견해 인양했다. 실종 지점인 내성천 보문교 일대에서 하류 쪽으로 6㎞가량 떨어진 곳이다. 발견 당시 A일병은 심정지 상태였으며 인근 병원에 이송돼 사망 판정을 받았다.
A일병은 이날 오전 9시 10분쯤 내성천에서 실종 주민 수색 임무를 수행하다가 실종됐다. A일병을 포함한 해병대원 6명은 하천에 들어가 손을 잡고 일렬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실종자를 수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물살이 바깥에서 보는 것보다 거셌고, 며칠째 이어진 집중호우로 바닥에 퇴적물이 쌓여 발이 푹푹 빠지면서 대열은 이내 흐트러졌다. 상황이 좋지 않다고 판단한 대원들은 하천을 빠져 나왔는데 이 과정에서 A일병은 급류에 휩쓸렸다.
이날 내성천은 수일간 내린 많은 양의 비로 수위가 높고 유속도 빨랐지만 A일병과 해병대원들은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고 수색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해병대 1사단 관계자는 “구명조끼를 입지 않은 게 맞다”며 “왜 착용하지 않았는지는 일단 대원을 찾고 나서 매뉴얼과 현장 상황을 대조해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하천 주변을 수색하는 위험한 작전에 투입하면서도 기본적인 안전장구인 구명조끼조차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아들의 사고 소식을 듣고 황급히 현장에 달려 온 부모는 오열했다. A일병 아버지는 중대장에게 “어제까지만 해도 비가 많이 오고 물살이 셌는데 왜 구명조끼를 안 입혔냐”고 강하게 항의했다. A일병 어머니 역시 “착하게만 산 우리 아들인데. 그렇게 해병대에 가고 싶어 해가지고 가지 말라고 했는데도 갔는데. 어딨어요. 내 아들”이라며 주저앉았다.
해병대는 예천 지역에 배치됐던 1,600명의 병력 가운데 수해 복구 작전 중인 장병을 제외한 병력을 전부 실종 대원 수색에 투입했다. 소방 당국도 409명의 인원과 차량 17대, 헬기 11대, 드론 12개 등 62대의 장비를 동원해 A일병 수색에 나섰다. 야간 수색 작업에는 적외선 카메라 부착 드론 1대와 수난사고 등에 투입되는 구조공작차, 조명차와 배연차 기능을 합친 하이브리드형 소방차인 조연차 등이 투입됐다.
한편, 행정안전부는 19일 호우 피해 지역 사전조사 결과를 토대로 선포 기준을 충족할 것이 확실시되는 13개 지자체에 대통령 재가를 받아 특별재난지역을 우선 선포했다고 밝혔다. 13개 지역은 세종, 충북 청주‧괴산, 충남 논산‧공주‧청양‧부여, 경북 예천‧봉화‧영주‧문경, 전북 익산‧김제 죽산면이다.
특별재난지역은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라 자연·사회재난 발생 지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재정 능력만으로 수습이 곤란해 국가적 차원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인정될 때 대통령 재가를 받아 선포된다. 행안부는 "집중호우 피해의 신속한 수습‧복구를 위한 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지자체는 복구비 중 지방비 부담액의 일부를 국비로 추가 지원받아 재정부담을 덜 수 있게 된다. 피해 주민들도 일반 재난지역에서 실시하는 국세납부 예외, 지방세 감면 등 18가지 혜택 외에, 추가로 건강보험・전기・통신・도시가스요금・지방난방요금 감면 등 12가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올해 여름부터는 풍수해로 주택이 파손·소실된 경우 지원금이 피해 면적에 따라 2,000만~3,600만원으로 상향됐다. 기존에는 주택이 전파됐을 때 일률적으로 1,600만원을 지원해왔다. 행안부는 "지속된 호우와 침수로 피해조사가 어려워 이번 선포에서 제외된 지역도 피해 조사를 신속하게 마무리해 선포기준을 충족하는 즉시, 추가적으로 특별재난지역을 선포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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