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 야구팀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 1승 도전
라오스 야구팀 실력, 베트남 등 몇 개국은 이길 수 있어
"이만수의 라오스 야구팀 선전, 한국 국위선양도"
라오스국가대표 야구팀 멤버들은 누구보다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9월 항저우 아시안 게임에서 1승을 따내기 위해서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스리랑카와 접전 끝에 10대15로 패배해 아쉬움을 남겼다. 김현민(50) 라오스남자야구국가대표 감독은 "라오스에게 1승은 한국팀의 우승만큼이나 버거운 일이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경기에서 흔들림 없이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도록 투수를 훈련시키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아시안게임 1승 못한 라오스 야구는 아시아 꼴찌?
아시안게임 1승이 목표지만 동남아시아에서 라오스 야구는 절대 약자가 아니다. 동남아시아에서 야구팀을 보유한 국가는 필리핀과 태국을 비롯해 홍콩, 스리랑카, 인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부탄, 베트남 등이다. 그중 라오스는 태국과 필리핀에는 밀리지만 나머지 팀들과는 해볼 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다. 4~5위권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문제는 이들 국가들이 빠짐없이 아시안게임에 참여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재정적인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당면 문제로 대부분 이번 아시안게임에 불참한다. 축구의 스즈키컵처럼 동남아시아 팀이 모두 참여하는 대회가 열리면 4강이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 2월에 열린 DGB컵 인도차이나 드림리그에서 베트남, 캄보디아를 제치고 태국에 이어 준우승을 차지했고, 5월에 개최된 제13회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서는 2승2패를 기록했다.
준우승이나 2승의 성적은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아시안게임에서 2승을 올리면 2라운드 진출이 가능한데, 이는 대만이나 일본 한국과 대결할 기회를 얻게 된다는 의미다. 야구 역사가 고작 10년에 불과한 라오스에게 있어서 아시아의 최강팀들과 대결하는 것 자체가 빅뉴스일 수밖에 없다.
베트남이 참여를 희망하고 있으나 참가비 문제로 참가가 불발될 것으로 보여 결국 실력으로 1승을 가져오는 수밖에 없다. 태국 필리핀 인도 스리랑카 중의 한 팀을 잡아야 한다. 라오스 야구 초창기부터 선수들을 지도해온 제인내(48) 라오제이브라더스 대표는 "실력을 놓고 보면 어렵지만, 게임은 게임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오스국가대표팀의 맏형 '애' 선수
라오스 야구도 믿는 구석이 있다. 두각을 드러내는 선수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까닭이다. 그중에서 라오스 야구의 최고참인 애(23) 선수를 빼놓을 수 없다. 체구는 작지만 교과서 같은 타격폼으로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감독으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선수다. DGB 인도차이나 드림리그에서 가진 태국전에서 군더더기 없는 타격폼으로 안타를 기록해 태국을 비롯해 대회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라오스 선수들이 간혹 애 선수의 타격 장면을 동영상으로 돌려보면서 ‘강적’ 태국에 대한 자신감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다. 여기에 풍부한 경험 등으로 선수단에 적잖은 힘을 보태고 있다. 애 선수는 현재 라오제이브라더스에서 후배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라오스 국립대인 동덕대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있으며 졸업 후에는 한국 유학이 확정되어 있다. 애 선수는 “고향에 그대로 머물렀다면 지금쯤 농사를 짓고 있었을 것”이라면서 “야구를 통해 좋은 한국인들을 많이 만났기 때문에 야구와 한국에 늘 감사하다”고 밝혔다.
라오스야구팀의 믿는 구석 '라오스의 강백호' '쪼' 선수
김현민 감독이 가장 기대를 걸고 있는 선수는 쪼(22)다. 동아시아컵 야구대회에 투수로 출전해 방어율 1위를 기록해 이만수 대표를 비롯해 라오스 야구 관계자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김 감독은 "투수와 포수 모두 재능을 가지고 있는 선수로 한국으로 치면 강백호와 비슷하다"면서 "타격을 조금 더 개선하면 동아시아에서는 훌륭한 선수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쪼 선수는 한국과 인연이 깊다. 코이카에서 파견한 태권도 사범 밑에서 4년이나 태권도를 배웠다. 태권도를 한 까닭에 목소리에 파이팅이 넘친다. 태국 같은 강팀과 경기를 할 때 기에 눌려 분위기가 가라앉으면 쪼의 기합에 가까운 외침이 팀의 투지를 북돋운다. 마인드도 한국인과 비슷하다. 방어율 1위라는 소식을 통보받았을 때도 “팀 승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의젓한 모습을 보였다.
야구를 시작한 계기는 현재 국가대표로 함께 활동하고 있는 투유(22) 선수의 권유였다. 처음에는 부모님이 허락하지 않았다. 야구가 너무도 생소한 운동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야구 선수로 활동하면서 전지훈련차 한국을 방문하거나 국제 대회에 참가하는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모습을 보여주자 긍정적으로 돌아섰다. 쪼 선수는 “아시안게임 1승이 당면 목표지만 장기적으로는 코치로 활동하고 싶다”고 밝혔다.
'라오스의 김병현' 배또 선수
배또(19) 선수는 팀의 비밀병기이자 '라오스의 김병현'으로 통하는 선수다. 지금까지 라오스 투수는 모두 우완 정통이었다. 배또는 언더 핸드 스로 투구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김 감독은 "가장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는 투수"라고 소개하면서 "잘하고 싶은 욕심이 많아서 성장이 빠르다"고 말했다.
배또는 라오스 소수민족 출신으로 참파삭이 고향이다. 그가 라오제이브라더스에 합류할 때의 일화는 유명하다. 2020년 여름, 아버지와 함께 오토바이를 타고 35시간, 2박3일을 달려 비엔티엔에 도착했다. 당시 코로나가 한창 유행이었기 때문에 그를 태워온 아버지는 숙소에 들어와 보지도 못했다. 그의 목표는 코치가 되어서 한국으로 연수를 받으러 가는 것이다. 얼마 전 라오스 출신 비(23) 코치가 한국의 HBC 유소년 야구단에서 3개월 과정으로 코치 연수를 받았다.
배또는 "부모님이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해서 라오스 야구팀에 들어왔다”면서 “야구를 통해 세계로 나가고 싶다"는 꿈을 말했다.
라오스국가대표팀은 두 번째 한국국가대표팀
김현민 감독은 "라오스 사람들이 순하고 착해서 좋긴 하나 '헝그리 정신'이 부족하다"면서 "아시안게임 1승을 위해서는 기적이 필요한데, 1승이라는 성적보다 그 기적을 갈구하는 열정과 집념이 라오스 청년들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현재 라오스에는 전업 야구 선수가 없다. 학업과 일을 병행하는 선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런 만큼 야구에만 전념하기엔 현실적인 문제가 큰 것이 사실이다. 이만수 헐크파운데이션 대표를 비롯해 다양한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뻗은 덕분에 지금까지 야구팀이 유지되고 있다. 최근에도 모 기업에서 라오스국가대표팀 소속 선수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70명의 학비를 지원하기로 했다.
제인내 대표는 "라오스야구국가대표팀은 두 번째 한국야구대표팀이나 다름 없다"면서 "뜻있는 한국 분들과 관심과 격려 덕분에 여기까지 온 만큼 한국의 국위선양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1승을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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