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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신발, 명함… 지하차도 곳곳에 남은 참상의 흔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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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말, 신발, 명함… 지하차도 곳곳에 남은 참상의 흔적들

입력
2023.07.20 20:00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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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국과수 합동감식… 사고 현장 언론 공개
배수펌프 4개 정상 작동 여부 파악이 첫 과제
3D스캐너로 사고 재구성·제방붕괴 원인 규명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지하차도 가운데에 위치한 배수펌프실의 문이 닫혀 있는 가운데, 주변에 진흙이 많이 쌓여 있다. 청주=오세운 기자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됐다. 지하차도 가운데에 위치한 배수펌프실의 문이 닫혀 있는 가운데, 주변에 진흙이 많이 쌓여 있다. 청주=오세운 기자

20일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경찰과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 등 관계 기관의 합동감식이 시작되면서 약 30여 분간 사고 현장이 언론에 공개됐다.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상의 흔적은 여전했다. 강물에 떠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찌그러진 생수병과 목장갑, 담배, 과자 포장지 등이 도로 바닥 진흙에 파묻혔고, 사고 현장에 있었던 이들의 물품으로 추정되는 신발, 양말 등도 나뒹굴고 있었다. 이곳에서 발견한 명함으로 통화를 시도하자 당시 차량을 버리고 탈출해 살아남은 남성이 전화를 받았다. 그는 당시 차 안에 갇힌 한 여성을 창문으로 구조해 함께 중앙분리대에 매달렸는데 여성이 다시 물살에 떠내려가 가슴이 철렁했다고 한다. 그러나 “또 다른 분이 그 여성을 다시 구조했다”며 안도했다.

20일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지하차도 양쪽에 설치된 배수로가 나뭇가지, 진흙 등으로 막혀 있다. 청주=오세운 기자

20일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지하차도 양쪽에 설치된 배수로가 나뭇가지, 진흙 등으로 막혀 있다. 청주=오세운 기자

사고 발생 후 닷새가 지나 지하차도 내부 물이 빠지고 진흙을 퍼내는 등 대부분 정리됐지만 강물이 할퀴고 간 상처는 곳곳에 남아 있었다.

벽면은 도색이 벗겨졌고, 안으로 들어갈수록 지대가 낮아지며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형성돼 발이 푹푹 빠졌다. 차도 양쪽에 설치된 배수로엔 나뭇가지와 진흙이 가득했다. 지하차도 벽에 달린 소화기 시설물은 전선이 뽑아져 나와 덜렁거렸고, 미호강 쪽 측면 벽 사이에선 물이 새어 흘러나왔다.

감식반은 먼저 지하차도 중앙에 설치된 배수펌프 4대를 집중적으로 살펴봤다. 분당 12톤(t)의 물을 빼낼 수 있는 배수펌프가 제대로 작동됐는지 등을 살피기 위해서다. 이균 충북청 과학수사계장은 본격 감식에 앞서 “펌프 등 배수 시설물들이 설계대로 제대로 시공됐는지, 정상 작동됐는지 확인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사고 당시 충북도는 강물이 갑자기 밀려 들어오면서 배전실이 물에 잠겨 배수펌프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명했었다.


20일 오전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차도 내 미호강 쪽 측면 벽에서 물이 새고 있다. 오세운 기자

20일 오전 오송읍 지하차도 참사 현장 합동감식이 진행된 가운데, 차도 내 미호강 쪽 측면 벽에서 물이 새고 있다. 오세운 기자

이번 사고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미호강 제방 합동감식도 진행됐다. 미호강 제방에 대한 감식은 지난 17일에 이어 두 번째다. 경찰은 사고를 재구성하고 제방 붕괴 원인을 찾기 위해 지하차도 구조를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3차원(3D) 스캐너도 동원한다. 감식 결과가 나올 때까지 적잖은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이번 사고가 ‘인재(人災)’란 비판이 높은 만큼 사고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겠단 방침이다.

한편, 이날 충북도청에는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한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도청 신관 로비 1층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엔 희생자 14명의 이름이 적힌 위패도 세워졌다. 충북도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조문객들을 받기 시작했다.

청주= 오세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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