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나노 테크데이 2023' 현장
조명이 켜지자 멈춰 있던 선풍기 날개가 '팽팽' 돌아가기 시작했다. '꿈의 물질'로 불리는 페로브스카이트로 만들어진 투명 태양전지에 빛이 전달되자마자 전기가 생산된 것이다. 기존의 실리콘 태양전지를 통해 전기를 얻는 방식은 비슷하지만 효율이 30% 이상 높은 소재가 쓰여 같은 양의 빛을 얻어도 훨씬 더 많은 전기를 뽑아 낼 수 있는 기술이다.
현대차·기아가 20일 서울 중구 커뮤니티하우스 마실에서 '나노 테크데이 2023' 행사를 열고 미래 모빌리티 경쟁력 강화의 핵심이 될 나노 신기술을 뽐냈다. 처음 기획된 이번 행사를 서울 도심에서 연 건 차량에 적용된 신기술이 아닌 미래 모빌리티에 적용하기 위해 개발 중인 소재와 신기술 등을 보다 많은 취재진에게 효과적으로 소개하기 위함이라고 현대차·기아는 밝혔다. 실제 이날 행사장은 차량이 없는 대신 미래에 적용될 기술 원리의 이해를 돕는 작은 박물관 형태로 꾸려졌다.
자원 독립으로 수익성 높이는 페로브스카이트
이날 현대차·기아가 공개한 ①투명 태양전지는 페로브스카이트 소재를 활용해 차량의 배터리 의존도를 줄이고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기술로 꼽힌다. 1839년 러시아 광물학자 레프 페로브스키(Lev Perovsky)가 러시아 우랄산맥에서 발견한 광물에서 이름을 따온 페로브스카이트는 가공 비용과 재료비를 아낄 수 있고 기존 태양광 패널과 달리 건물이나 차량에 펴 바르는 방법(도포)으로 설치가 가능할 정도로 얇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
작은 입자들이 모여 만들어진 투명 태양전지가 상용화되면 차량의 모든 부분에 붙이거나 바르는 형태로 적용할 수 있는 데다, 획기적으로 높아진 효율로 전기가 만들어진다. 전기차가 주차 상태에서 스스로 충전하거나, 달리는 중에도 많은 전기를 생산해 낼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태양전지 자동차가 아이오닉 시리즈로 대표되는 전기차, 넥소로 대표되는 수소차를 뛰어넘는 새로운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이유다.
페로브스카이트는 특히 전기차 배터리를 만들기 위해 중국과 동남아시아 등 해외에서 들여오는 광물에 기대야 했던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기술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이병홍 현대차·기아 기초소재연구센터 프로젝트리더(PL)는 "실리콘 태양전지는 원재료를 독점한 중국이 수출을 통제하면 가격이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반면 페로브스카이트는 바다, 산 등 어디서나 구할 수 있어 사실상 자원이 무한하고 국산화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터미네이터처럼…흠집 난 자동차 '자가 복원'
②짧은 시간에 자신의 몸을 스스로 되살리는 터미네이터처럼 차량이 스스로 흠집 등 손상 부위를 치유하는 '셀프 힐링(자가 복원) 고분자 코팅' 기술도 공개됐다. 이날 선보인 셀프 힐링 기술은 상온에서 별도의 열원이나 회복을 위한 촉진제 없이도 두 시간 만에 정상 상태로 돌려놓고 같은 자리가 다시 손상돼도 반영구적으로 고칠 수 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흠집이 생겨도 몇 시간이면 원상태로 회복되는 기술을 통해 차량 소유주는 수리비를 아낄 수 있고 도장 과정에서 생기는 환경 오염 또한 줄일 수 있다.
이 밖에도 현대차·기아는 이날 ③나노 캡슐로 부품 마모를 눈에 띄게 줄이는 '오일 캡슐 고분자 코팅' 기술을 비롯해 ④센서 없이 압력만으로 사용자의 생체신호 파악하는 '압력 감응형 소재' ⑤차량 내부의 온도 상승을 획기적으로 저감하는 '투명 복사 냉각 필름' 등을 선보였다. 현대차·기아 선행기술원장을 맡고 있는 이종수 부사장은 "기술 혁신의 뿌리에는 기초이자 산업 융합의 핵심 고리인 소재 혁신이 먼저 있었다"며 "앞으로도 산업 변화에 따른 우수한 첨단 소재 기술을 먼저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에 적극 적용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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