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병원 연구팀, 국내 췌장암 환자 7만8,920명 분석 결과
췌장암은 지난 2019년 8,099명(남성 4,150명, 여성 3,949명)이 발생해 전체 암 발생 8위를 기록했다(중앙암등록본부, 2021년 12월). 그런데 ‘췌장암 진단이 곧 사형선고’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췌장암 예후는 매우 나쁘다.
국가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 5년 생존율은 13.9%로 전체 암 생존율(70.7%)의 5분의 1에 그친다. 췌장암 환자 10명 중 8명 이상이 5년 안에 목숨을 잃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고약한 암' ‘최악의 암’으로 통한다.
게다가 췌장암은 조기 진단이 어렵고, 환자의 2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하다. 수술이 불가능하거나 수술 후 재발한 환자는 항암·방사선 치료 효과가 크지 않아 예후(치료 경과)가 매우 좋지 않다.
그러나 최근 췌장암의 수술 적응증이 확대되는 한편 수술 기법이 발전하고 새로운 항암제가 속속 나오면서 예후가 좋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를 입증한 연구는 매우 부족했다.
이런 가운데 박병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은 빅데이터를 활용한 췌장암 분석 결과를 내놓았다.
박병규 교수팀은 2006~2019년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이용한 췌장암 환자 7만8,920명의 치료 경향 변화와 진단 연도, 치료법, 연령군에 따른 췌장암 환자의 생존 기간을 빅데이터 연구로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가운데 1차 치료로 수술받은 환자는 2006년에 15.0%에서 2019년에 24.4%로, 항암 치료를 받은 환자도 2006년에 22.2%에서 33.1%로 증가했다.
나이가 적을수록 수술·항암 치료를 받은 비율이 높았으며, 80세 이상 환자군에서는 수술·항암 치료 환자들이 약간 상승했지만 여전히 80% 넘는 환자는 보존 치료만 받았다.
항암 치료는 시간이 지나면서 새로운 약제가 도입됐다. 2006~2011년에는 젬시타빈(gemcitabine·젬자) 단독 요법이 주요 약제였다. 2011~2015년에는 젬시타빈과 엘로티닙(erlotinib·타세바) 병합 요법이 주요 약제가 됐다. 2017년 이후엔 젬시타빈과 납-파클리탁셀(nab-paclitaxel·아브락산) 병합 요법과 폴피리녹스(FOLFIRINOX) 병합 요법이 주요 약제로 바뀌었다.
환자 생존 기간을 분석한 결과, 전체 환자의 중앙 생존 기간은 2006~2008년에 5.5개월에서 2018~2019년 9.8개월로 4.3개월이 늘었다.
연령군별로는 59세 이하는 중앙 생존 기간이 8.8개월에서 18.8개월로 10개월, 60~69세에서는 6.8개월에서 14.6개월로 7.8개월, 70~79세에서는 4.2개월에서 8.4개월로 4.2개월이 향상됐다.
반면 80세 이상은 2.4개월에서 3.4개월로 1.0개월만 향상됨을 볼 수 있었다며, 생존 기간 향상은 연령이 낮은 환자군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치료법에 따른 중앙 생존 기간은 수술군에서 2006~2008년에 18.5개월에서 2018~2019년에 34.8개월로 점진적으로 향상됐다.
항암 치료군에서는 2006~2008년에 8.9개월, 2009~2011년에 8.6개월, 2012~2014년에 8.4개월로 변화가 없다가 2015~2016년에 10.5개월로, 2018~2019년에는 12.4개월로 더욱 향상됐다.
이는 최근의 항암 치료군에서 생존 기간의 뚜렷한 향상은 새로운 항암제 도입 효과로 추정된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박병규 교수는 “이번 연구는 국민건강보험 청구 자료를 이용해 국내 환자 대부분을 포함하는 대표성이 있는 자료를 바탕으로 췌장암 수술과 항암 치료가 점차 증가했고 환자 생존 기간도 향상됐다는 사실이 실제 데이터(real-world data)로 확인한 것에 의의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유럽암학회지(European Journal of Cancer, IF=8.4) 최신 호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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