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리한 구조작업에 채수근 상병 사망
해병대사령부, 수색 작전 문제 인정
대원 사망 후 복구작업도 모두 중단
구명조끼도 입지 않은 입대 4개월차 병사가 물살 거센 하천에서 실종자를 찾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사건을 두고, 해병대의 무리한 수해복구 작전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20일 해병대사령부는 고 채수근 상병의 사망 사건과 관련해 당시 상황 판단에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하고 고개를 숙였다. 해병대는 "수해복구 작전 관련 규정과 지침을 보완하겠다"고 밝히며, 수해지역 수색 작업을 전면 중단했다. 수색작업과 시설물 복구에 나섰던 장병 1,600여 명의 모든 임무를 멈추고 숙영지인 예천군 공설운동장에서 대기하도록 지시했다.
군 안팎에선 해병대의 완벽한 작전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인명 구조와 군사 작전의 기본 중의 기본인 주변 지형지물 파악에 소홀한 채, 젊은 대원들의 건장한 체력만 믿고 성급하게 구조에 나섰다는 지적이다. 사건이 발생한 내성천은 돌이 아닌 모래 바닥으로 이뤄진 강인데, 그래서 강바닥 높이가 고르지 않은 하천이다. 먼저 실종자 찾기에 나선 소방대원과 경찰관들도 신중하게 움직였던 곳이다.
내성천 지형에 익숙한 지역 주민들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한 예천군 주민은 “수위가 허벅지 정도까지만 오니, 절대 빠질 리 없다고 생각해 안전장구 없이 들어간 것 같다”며 “그러나 내성천에서 물길이 꺾이는 구간은 가뭄에도 발이 푹푹 빠져 조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명구조 경험이 많은 한 소방대원도 “얕은 하천에서도 집중호우 뒤에는 물살이 세고 바닥에 뻘이 쌓여 위험천만하다"며 "고무보트를 타거나 하천 바깥에서 풀숲 등을 먼저 살펴본다”고 설명했다. 이 소방대원은 “실종자 발생 시간이 오래 지나 수색 범위가 넓었는데도 (해병대가) 왜 손을 잡고 인간 띠를 만드는 작전을 펼쳤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며 무리한 수색을 지적했다.
해병대의 무리한 작전을 지난해 태풍 때 거둔 성과와 연관시키는 시각도 있다. 해병대는 지난해 9월 태풍 힌남노 때 포항시에서 장갑차를 동원해 주민 십수 명을 구해 지역 여론의 칭찬을 받았다. 해병대가 지난해 거뒀던 성과를 다시 재현하기 위해 예천군 재난 대응에 성급하게 나섰다는 분석이다. 예천군은 산사태로 시설물 파손이 심각했을 뿐 침수 지역은 없었는데도, 해병대는 상륙돌격장갑차 3대를 투입해 예천군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촬영해 배포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수영 특기와 거리가 먼 포병대대 소속 대원을 수색에 투입한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해병대 전역자들은 "해병대 주임무는 상륙작전이고, 포병도 입대 후 바로 육지와 해상을 넘나들며 훈련을 받아 병과나 특기는 별 상관이 없다"고 말한다.
19일 내성천에서 실종자 수색을 하다가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수근 상병(일병에서 1계급 추서)의 빈소는 경북 포항시 해병대 1사단에 꾸려졌다. 채 상병의 어머니는 이날 빈소를 찾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을 붙잡고 "우리 아들 이렇게 보낼 수 없어요"라며 "충분히 예방할 수 있는데 왜 일 터지고 이렇게 뒷수습만 하냐"고 울분을 토했다. 결혼 10년 만에 어렵게 얻은 외아들을 먼저 보낸 어머니는 "어떻게 살아요"라는 말을 계속하며 오열을 멈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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