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감사원 '보 해체 결정' 감사 계기
당정 '4대강 지류·지천 정비' 추진 드라이브
"지류 정비는 필요… 마구잡이 준설은 위험"
당정이 4대강 지류·지천 정비에 본격 시동을 걸었다. 충청·남부지방 호우에 따른 홍수 피해, 전임 정부의 4대강 보 해체 결정에 대한 감사원의 비판적 감사 결과를 계기로, 4대강 본류 사업 이후 10여 년간 멈춰 섰던 '포스트 4대강 사업' 재개의 신호탄을 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가뭄, 홍수 등 극한기후에 따른 재난 방지를 위해 지류·지천 정비가 필요하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유역별 상황에 맞게 재해 예방 목적에 부합하는 정비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21일 환경부에 따르면, 한화진 환경부 장관은 전날 감사원 감사 결과 발표 직후 4대강 16개 보 존치 방침을 밝히며 "일상화된 기후위기에 적극 대응하기 위해 빠른 시일 내 댐 신설, 준설 등 과감한 하천 정비가 포함된 치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환경부가 다음 달 발표할 하천 정비 계획은 4대강 지류·지천 정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중소형 댐을 최대 20개로 늘리는 방안 등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이를 위해 치수 정책 경험이 있는 국토교통부 출신 인사를 실장급으로 중용하고, 물관리정책실 산하에 하천국을 신설하는 등 인적·조직 쇄신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국민의힘 지도부도 17일 수해 현장을 찾아 지류·지천 정비 필요성을 강조했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내년도 예산안에 관련 예산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포스트 4대강 사업'은 이명박 정부 집권기로 4대강 본류 공사가 한창이던 2011년 4월 후속 사업으로 발표된 20조 원 예산 규모의 국가·지방 하천 90여 곳(총 5,500㎞ 구간) 정비 계획을 뜻한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을 둘러싼 논란과 국민적 피로감에 역풍이 불면서 유야무야됐다. 박근혜 정부 시절에도 간간이 지류·지천 정비 필요성이 언급됐지만 추진되지 못했다.
지류·지천 정비가 필요하다는 점은 전문가 사이에서도 큰 이견이 없다.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홍수 예방을 위한 제방 설치 기준(여유고 2m)으로 볼 때 4대강 사업 전부터 본류는 97% 정비가 완료된 반면, 그 몇십 배 규모인 지방천은 정비된 곳이 50% 남짓이었다"며 "4대강 본류 사업이 홍수 예방의 '빈익빈 부익부'를 불렀으니 지금이라도 지류·지천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철상 고려대 건축사회환경공학부 교수는 "지류·지천 정비가 제대로 안 되면 보의 제 역할도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환경단체들도 4대강 사업 초기에 홍수 예방을 하려면 본류보다 지류 정비가 우선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관건은 구체적인 정비 방식이다. 홍수 예방에는 제방 설치, 강폭 확장, 준설(하천 밑바닥 침전물을 파내는 것) 등 다양한 방법이 활용되는데, 정부는 '준설'을 주로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지나친 준설의 부작용을 경계하는 견해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수공학자는 "강 하류를 과하게 준설하면 본류와 지류 간 단차로 발생하는 역행침식이나, 강바닥이 패이는 세굴공 현상 때문에 홍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른 수자원 전문가도 "준설이 홍수 대책의 전부는 아니다"라며 "토사 퇴적으로 물의 자연스러운 흐름을 방해하는 구간에 한정해 실시하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경부가 보 해체·상시개방 결정을 번복하고 지류·지천 정비와 댐 건설 방침까지 발표하면서 환경단체 반발은 거세질 조짐이다. 국내 환경단체들로 구성된 한국환경회의는 20일 성명을 내고 "앞뒤 없이 신규 댐을 건설하고 준설을 하겠다는 발표는 황당한 수준"이라며 "오송 침수 사태에서 보듯 하천별로 하폭(하천의 너비) 확대, 제방 관리 등의 유역과 수계 특성을 진단하고 그에 따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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