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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석의 민주당, 180석의 국민의힘

입력
2023.07.24 00:00
수정
2023.08.11 10:46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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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금태섭전 국회의원·변호사

편집자주

진짜 중요한 문제들은 외면한 채 양쪽으로 나뉘어 분열과 반목을 거듭하는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구체적 사례로 분석하고 해결책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한다.

180석 민주당, 위성 정당 '편법 사례' 남겨
대통령실 '차관급 개각'도 헌법 절차 우회
공동선 위한 제도와 규정, 끝까지 지켜져야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 회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 정당 창당 금지 및 선거제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국회 표결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민의힘 송영훈 법률자문위원, 이문열 경기북도 희망포럼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국회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권지웅 전 비대위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뉴시스

여야 청년 정치인 모임인 '정치개혁 2050' 회원들이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위성 정당 창당 금지 및 선거제 개편에 대한 공론조사 결과 국회 표결 등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국민의힘 송영훈 법률자문위원, 이문열 경기북도 희망포럼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탄희 국회의원, 이동학 전 최고위원, 권지웅 전 비대위원, 정의당 장혜영 국회의원이 참여했다. 뉴시스

문재인 정부 시절 민주당이 저지른 많은 잘못 가운데 가장 심각한 것 하나를 꼽는다면, 필자는 '위성 정당'을 양산한 선거법 개정이라고 생각한다. 위성 정당의 출현은 기본적 정치 시스템 자체를 무너뜨리는 요소이기 때문이다. 우리 헌법 제8조는 "정당은 그 목적·조직과 활동이 민주적이어야 하며,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에 참여하는 데 필요한 조직을 가져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건강한 정당의 존재는 현대 민주주의에 있어 필수 불가결한 요소다. 정당에 관한 규정을 헌법에 두고 국가가 각종 지원과 보조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점에 있다.

비례 위성 정당은 특정 정당이 득표율 이상의 의석을 차지하기 위해서 인위적으로 만드는 가설 정당이다. 그래서 목적과 조직, 활동이 민주적이지 않은 것은 물론, 선거 후 비례대표로 당선된 후보들이 모당(母黨)으로 이동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왜곡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로는 이 정당의 후보이면서 저 정당의 이름을 걸고 나서는 것은 유권자들을 속이는 행태에 지나지 않는다. 한마디로 산업화와 민주화에 성공하고 세계 10위권의 위상을 갖춘 대한민국 정치판에 등장한 조직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부끄러운 존재다.

민주당은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한갓 형사사법기관을 설립하는 데 정의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 이런 위성 정당이 양산될 수밖에 없는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개인적으로 공수처 설립에 반대했지만, 설사 공수처가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정당과 선거제도를 망쳐가면서까지 도입해야 한다고는 누구도 말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은 정치적 이득을 위해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데 가장 기본적인 제도마저 망설임 없이 훼손했다.

총선을 10개월 앞둔 요즘 민주당을 지지하는 분들을 만나서 '다음 선거에서도 민주당이 180석에 육박하는 의석을 차지하기를 희망하느냐'고 질문을 던지면 그분들조차 자신 있게 '그랬으면 좋겠다'고 답변하지 못한다. 상대방과의 협치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정치의 결과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초래하는지 실제로 겪어봤기 때문이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를 떠나서 공동의 선을 위해서 꼭 필요한 제도와 장치가 속절없이 무너지는 모습을 지켜보면 누구라도 그렇게 느낄 것이다.

고개를 돌려 현재 여당인 국민의힘을 보자. 다음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180석을 차지하면 민주당과 다른 모습을 보일 수 있을까? 최근 윤 대통령이 강행한 '차관급 개각'을 보면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도 별로 나을 것 같지 않다. 대한민국 헌법과 정부조직법을 비롯한 관련 법률에 의하면 대통령은 정부를 구성하는 행정 각부에 국무위원으로 장관을 임명하게 되어 있다.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인사청문회를 열어 검증하는 절차가 마련되어 있고 임명 후에도 국회가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장관을 바꾸는 정식 개각을 하지 않고 대통령실 소속 비서관들을 비롯한 측근들을 차관으로 보내 비슷한 효과를 거두려 한 이유 중에는 인사청문회 등 국회 절차를 피하려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민주당이 위성 정당을 만든 것과 마찬가지 사례다.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헌법에 규정된 절차까지 우회하려는 편법이고 야당을 지지하는 유권자들을 무시하는 처사다. 이런 거칠고 일방적인 행태로 인해 국민의힘 지지자들마저 '여당이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해야 한다'는 말은 선뜻 하지 못한다. 얼마나 기가 막힌 일인가.

여야 각당 모두 공동선에 대한 인식이 없고 반드시 지켜야 할 제도와 규정을 마구 훼손하는 것이 대한민국 정치의 현주소다. 이 모순을 타파하지 못한다면 우리 사회가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금태섭 전 국회의원·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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