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T, 1000~2000원 수준 팁 기능 추가
"별점 5점 준 고객, 스스로 감사 전하는 기능"
이용자들은 "팁 문화 부담된다" 불만
직장인 김재훈(가명)씨는 최근 카카오T로 택시를 이용했다가 당황스러운 경험을 했다. 카카오T로 요금을 결제한 뒤 스마트폰 화면에 갑자기 기사에게 '팁'을 줄지 고르라는 기능이 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1,000원 지급을 선택한 김씨는 "가뜩이나 택시 요금이 올라 가능한 대중교통을 타려 하는데 이젠 팁 기능까지 생겨 더욱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카카오T를 운영하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최근 호출 택시 서비스에 팁 기능을 추가해 논란이 되고 있다. 회사 측은 이용자가 택시 기사에게 고마움을 표현하기 위한 목적에서 기능을 추가했으며 이용자 스스로 선택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택시 호출 시장의 95% 이상을 장악한 카카오의 이 같은 움직임에 소비자들은 민감할 수밖에 없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T 택시의 감사 팁 서비스는 택시 이용 후 서비스 평가 시 별점 5점을 주면 팁 결제 창이 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팁은 1,000원, 1,500원, 2,000원 등 세 가지로 나눠져 있어 이용자가 직접 고를 수 있으며 '지급 안함' 창도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는 "기사님에게 감사함을 전하고 싶은데 방법이 없다는 소비자 반응을 받아들여 만들었다"며 "지불된 팁은 카드 수수료 등 일부를 빼고 기사에게 전달된다"고 말했다.
택시 호출 95% 장악한 카카오T, 팁 문화 확산 우려
회사 측은 이용자가 스스로 결정한다고 강조하지만 카카오T 앱 이용자 리뷰에서는 "미국 최악의 문화인 팁을 도입하려 하다니 제동이 필요합니다", "장기적으로 택시 기사는 팁 안 주는 손님한테 섭섭해하고 진상으로 생각할 게 아닌가" "글자 잘 안 보이는 아버지는 잘 모르고 기사 팁 줄 뻔했네요" 등 반응을 볼 수 있다.
타다나 아이엠택시 등 일부 택시 업체에서는 이미 팁 기능을 도입했지만 이들 업체는 대형 택시만 소규모로 운영하고 있다. 앱 기반 택시 호출 시장 자체를 만들어낸 카카오T와는 파급력이 다를 수밖에 없다.
팁 문화가 수십 년 전 자리 잡은 미국에서도 최근에는 팁이 물가를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이에 '팁플레이션(tipflation : 팁+인플레이션)'이라는 새 말까지 나오면서 사회 문제가 됐다. 카카오T의 택시를 시작으로 국내에서도 팁 문화가 확산할 수 있다는 걱정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모빌리티 측은 "승객이 원할 때만 이용하는 기능이고 운행 뒤 서비스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 다음에야 진행되는 만큼 기존 팁과 다르다"면서 "그럼에도 팁을 강제한 기사가 있다는 신고가 3회 이상 반복되면 해당 기사의 팁 결제 기능 작동을 막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수료 받는 가맹 택시 유치 위한 당근책?
한편 카카오모빌리티가 별다른 수익을 가져가지 않으면서도 논란이 될 수 있는 팁 기능을 추가한 배경을 두고 카카오T 블루 등 '가맹 택시' 가입률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팁 기능을 블루, 블랙 등 가맹 택시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회사 측은 가맹 택시에는 매출의 10~20%를 수수료로 받지만, 비가맹 일반 택시에는 무료로 카카오T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T에 등록된 일반 택시는 22만 대, 가맹 택시는 4만 대 수준이다. 일반 기사가 가맹 기사로 '갈아탈 수' 있게 택시 요금 외 부가 수익 측면에서 '팁'을 제시했다는 설명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 택시 기사에게만 인센티브를 주기 위해 배차 알고리즘을 조작, 콜을 몰아줬다는 의혹으로 올 초 공정거래위원회에 271억 원의 과징금을 받은 사례도 있다.
모빌리티 업계 관계자는 "결국 카카오모빌리티 입장에선 돈이 되는 가맹택시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다양한 인센티브를 줄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논란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도 팁 기능을 내놓은 것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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