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귀어 324가구 370명...전국 1위
고령화 어촌에 새로운 활력요소 될 듯
경기 김포시에서 백화점 매니저로 일하던 김규상(32)씨. 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한창이던 2020년 말 충남 당진시로 터전을 옮겼다.
백화점 일을 그만두고, 고민 끝에 결정한 생업은 흰다리새우 양식·가공산업. 서비스업을 하던 젊은이가 귀어(歸漁)를 선택한 것이다. 그런데 왜 하필 목적지가 당진이었을까. 김씨는 "수도권과 가깝고, 양식하기도 좋은 지역이어서 터를 잡았다"고 말했다.
김씨는 어업 교육을 받고 시장 조사까지 한 뒤 나름 자신있게 귀어생활을 시작했지만, '초보 귀어인'에게 어촌 생활은 쉽지 않았다. 양식장 조성부터 바닷물과 생활용수 확보 문제까지 할 일이 태산이었다. 김씨는 "주변 어민들이 양식장에 적합한 시설과 장비를 찾아 설치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다"며 "생활용수 문제도 이웃 분이 배려해주신 덕분에 해결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스스로의 열정과 주변의 도움 덕분에, 김씨는 불과 2년 만에 바닷가 마을에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1만2,000㎡ 규모 양식장에서 새우를 키우고 가공시설도 구축해 직접 수제 간장과 새우장을 판매했다. 그는 지난해 1억8,000만 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씨는 성공한 귀어인으로서 능력과 공로를 인정받아 이달 5일 열린 '2023 귀어귀촌박람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 김씨는 "올해 매출은 6억원이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당진으로 귀어하길 정말 잘했다"며 환하게 웃었다.
도시 생활을 접고 어촌에서 인생 2모작에 나선 '귀어 인구'가 충남으로 몰리고 있다. 수도권과 가깝다는 이점, 낮아진 어촌계 진입 장벽, 충남도의 적극적인 유치 노력 등이 맞물린 덕분이다.
해양수산부와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22년 귀어귀촌인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충남으로 어업을 위해 들어온 가구는 324가구(370명)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이어 전남이 297가구, 전북 107가구, 경남 84가구, 인천 45가구, 경북 34가구 등으로 나타났다. 충남으로 들어온 귀어인을 연령별로 보면 60대가 130명으로 가장 많았고, 50대 120명, 40대 66명, 30대 이하와 70대 이상이 각각 27명으로 집계됐다.
충남이 도시민들의 '귀어 1번지'가 된 첫번째 이유는 수산물 주요 소비지인 수도권과 가까워 유통에 유리한 입지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어의 가장 큰 걸림돌로 지목되는 어촌계(지역 수산업협동조합의 기초 조직) 진입 장벽을 낮춘 것도 이유가 됐다.
충남도는 2016년 전국 최초로 어촌계 가입 조건을 완화했고, 현재 30여개 어촌계가 참여하고 있다. 사업에 참여한 보령시 군헌어촌계와 당진시 교로어촌계 등 대부분의 어촌계는 가입비를 대폭 낮추고, 의무 거주기간을 없애거나 줄였다. 태안군 가경주어촌계는 가입비와 의무 거주기간을 아예 없애고, 원주민과 귀어인 간 갈등 예방을 위해 자체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워크숍도 수시로 열어 귀어인과 원주민 간 유대감을 높이고 있다.
김정송(74) 가경주어촌계장은 "아무리 교육을 많이 받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해도 도시에서 살다 온 사람들에겐 서투른 것들이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일상 생활은 물론, 어업 현장에서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주민들이 돌아가며 돕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도의 적극적인 유치 정책도 귀어인들을 끌어당기는 요인 중 하나다. 도는 귀어귀촌지원센터를 통해 꾸준히 귀어·귀촌 유치활동을 하고 있다. 어민수당 지원, 귀어귀촌박람회를 통한 상담, 귀어학교와 어촌체험휴양마을 운영, 귀어귀촌 창업자금 융자 지원, 어촌 특화 우수 사례 발굴 등 다양한 귀어인 유치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유재영 충남도 어촌산업과장은 "어촌계 진입장벽 완화사업은 그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국가사업으로 격상됐다"며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활기를 잃어가는 어촌에 새로운 인구가 유입될 수 있도록 귀어인 유치·지원 정책을 더 내실 있게 추진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또 올해 귀어 정착단지 2곳을 전국에서 처음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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