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 인사로는 35년 만에 김용빈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 사무총장이 어제 임명돼 업무를 시작했다. 대선 부실관리와 고위직 자녀 특혜 채용 의혹 등 그간 선관위 잡음을 고려할 때 그의 어깨가 가볍지 않다. 무엇보다 선관위가 신뢰를 회복할 전기를 만들어야겠지만, 대통령 대학 동기라는 꼬리표를 떼기 위해서라도 중립성 확보에 만전을 기해야 할 것이다.
판사 출신인 김 사무총장의 임명은 그간 벌어진 내부 문제에 대한 선관위의 자정 능력이 상실됐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지난해 대선 당시 코로나19 확진·격리자 사전투표 투표용지를 소쿠리나 쓰레기봉투에 담아 옮기는 등의 행태로 도마에 오른 선관위는 전·현직 사무총장을 비롯해 고위 간부 자녀들의 채용 특혜 의혹까지 잇따라 터졌다. 하지만 ‘독립성’을 방패로 감사원 조사까지 거부하다가 국민적 공분을 샀다는 점에서 외부 사무총장 임명은 불가피한 귀결이다.
그러나 김 사무총장이 윤석열 대통령 서울대 법대 동기라는 점에서 선관위의 가장 중요한 가치인 중립성 우려도 적지 않다. 김 사무총장은 대통령과의 관계에 선을 긋고 있으나, 이 문제는 임기 내내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다. 더구나 지금은 엄정한 선거관리가 요구되는 총선을 앞둔 시점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보듯 내년 4월 총선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박빙 승부가 예상돼 선관위 중립성은 정치적 변수로 등장할 가능성도 크다.
지난 정부 때도 문재인 대선 캠프 특보였던 선관위 고위직 출신 조해주씨가 상임위원에 임명돼, 중립성 훼손 시비가 끊이지 않았다. 전 정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라도 김 사무총장은 내부 개혁 못지않게 중립성 확보에 업무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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