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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 홀대'의 징후들

입력
2023.07.25 19:00
2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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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징후의 시작은 '출판 특구'인 서울 마포구에서였다. 2020년 개관한 마포출판문화진흥센터는 1인 출판사, 디자인 에이전시 등 출판 관련 50여 개 업체가 모여 다채로운 출판물을 만들어내는 산실로 기능했는데, 종전 입주자의 퇴거를 앞두고 새 입주자 선정을 계획해야 할 시기에 마포구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이번 달이 지나면 32곳 입주사의 계약이 마무리되고 절반은 이미 떠났다. 마포구 책 문화의 랜드마크 '경의선 책거리'마저 사라진다. 홍대입구역부터 와우교까지 조성된 250m 보행자 도로를 따라 출판·인쇄소, 독립서점, 북카페 등이 밀집해있다. 마포구는 이 거리를 관광특화 테마거리인 '레드로드'로 바꾸겠다는 계획이다.

출판문화에 대한 홀대가 일개 지자체의 행정에 그치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국가의 문화정책 수장이 출판계를 향해 '이권 카르텔'이라는 말을 꺼냈다.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4일 '서울국제도서전'을 여는 대한출판문화협회(출협)가 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을 누락하는 등 탈선과 타락의 행태가 드러났다며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작동했는지 탈선 여부를 감사하겠다"고 했다. 책과 출판에 더 나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K-북 비전' 간담회 자리에서 나온 발언이다. 문체부는 지난 5월 '세종도서 사업(우수도서를 선정해 전국 도서관에 보급하는 출판지원 사업)'에 대해 사업 운영이 방만하다며 '구조조정'을 선언하기도 했다. 예산은 84억 원에 불과하나 시장성이 부족하지만 꼭 필요한 양서를 내는 출판사들에 산소호흡기 같은 사업이다. 출판계의 반발에 사업을 계속하기로 했지만 이런 상황에서 출판계는 정부에 더 기대할 것이 없다는 분위기다.

출판인들이 넘치는 의욕으로 양서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 활발하게 교류되는 사회의 지적 풍요로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무형의 가치다. 다종다양한 도서가 출간되고 시민들이 자유롭게 즐길 수 있도록 '독서 판'을 만들어내는 것이 정부의 역할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권 카르텔이요? 독서 인구는 줄고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출판 시장에 남아 있는 '이권'이 있나요?" 장관의 엄포를 전해들은 출판계 사람들의 냉소다. 한 편집자는 "앞으로 상호나 지명·기관명에 '출판'이나 '책'이 붙으면 카르텔로 취급당하며 조사 대상이 될 것"이라며 농담했다. 우연이 반복되면 그것은 '징후'로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혜미 문화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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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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