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탄핵 기각 직후 청양 현장 방문
행안부 "앞으로 정책 힘받는다" 환영
일각에선 "대국회 관계 악화" 걱정도
"참담합니다. 오랜 공백이 있었던 만큼 두 배, 세 배 더 열심히 하겠습니다."
25일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청구 기각 결정에 따라 직무에 복귀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곧바로 충남 청양군의 수해 현장을 찾은 뒤 던진 말이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청양은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지역이다.
이날 오후 5시 청남면 인양리 들판을 찾은 이 장관은 무너진 제방을 재축조하는 현장과 침수된 비닐하우스를 둘러봤다. 감청색 민방위복과 검정 등산복 바지에 장화를 신은 이 장관은 대민 지원을 나온 군 장병을 격려하고, 터진 둑을 넘어 온 물에 침수된 주택 복구 현장을 찾아 수해민을 위로했다. 청남면장에게는 금일봉을 전달했다. 행안부 관계자는 "현재 최대 현안은 재난이라서 수해 복구 현장을 점검하는 것을 장관의 복귀 첫 일정으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세종으로 이동, 정부세종청사 중앙동에 마련된 중앙재난안전상황실에서 호우 상황을 점검했다.
이 장관이 첫 일정을 '수해 현장'으로 선택한 이유는 "관계기관의 대응 미비 탓에 집중호우에 따른 인명 피해가 커졌다"는 여론의 비판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한 직후 국무조정실이 지방자치단체 관계자와 경찰관 등에 대한 검찰 수사를 의뢰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인 것과 달리, 행안부는 경찰 지휘·감독 부처이자 재난 안전 주무부처임에도 상대적으로 그 역할이 두드러지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헌재가 탄핵 청구를 기각한 이날 행안부는 비서실과 대변인실 등 장관 복귀 관련 부서를 중심으로 분주하게 움직였다. 간부급 직원들은 대체로 탄핵심판 때문에 빚어진 5개월 여간의 수뇌부 공백이 마무리됐다며, 이 장관 복귀를 반기는 분위기였다. 한 국장급 간부는 "직무대행(한창섭 차관)이 열심히 했지만, 대국회 업무와 관련 부처와의 협업 등에서는 차관의 메시지만으론 한계가 있었던 게 사실"이라며 "장관의 복귀로 주요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것"이라고 말했다. 행안부는 △지방자치와 분권 △재난안전 대비 △정부혁신 등 윤석열 정부의 핵심 정책 분야에서 성과를 내기 위해 노력했지만, 지난해 이태원 참사로 장관 직무 정지라는 초유의 사태를 맞은 뒤 대외적으로 부처 위상 하락을 피하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이 장관의 복귀가 조직의 대외적 위상 강화로 이어지길 바랐다. 한 사무관급 직원은 "장관 부재 때문에 새로 시작하거나 크게 벌이는 사업이 거의 없었다"고 현 상황을 평가하며 "앞으론 조직에 활기가 돌기 시작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 장관의 업무 정지 기간 동안 멈췄던 부처 내 주요 보직에 대한 인사이동도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태원 참사 책임에서 완벽하게 자유롭지 못한 이 장관이 복귀하게 되면, 재난안전 주무부처로서 쉽사리 영이 서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한 간부급 공무원은 "이태원 참사 여파로 직무가 정지된 장관의 복귀 시점이 (하필) 오송 지하차도 침수 사고 직후"라며 "각종 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행안부가 국정운영 주요 부처로 자리를 잡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법적 책임은 벗었지만 야당의 '집중 타깃'이 될 것이란 우려도 있다. 한 내부 관계자는 "장관 부재 중에 차관이 국회를 가면 야당 의원들도 크게 모나게 대하는 경우는 없었다"며 "그러나 대통령의 복심인 이 장관이 행안부를 다시 이끌게 된 만큼 국정감사 등에서 야당의 공격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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