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비 증가로 원윳값 인상 불가피
가공식품 가격 연이어 오를 가능성에
정부 "과도한 유통 비용부터 줄여라"
‘라면플레이션(라면값 상승)’에 제동을 걸었던 정부가 다시 한번 식품업계를 겨냥했다. “밀크플레이션(원유 가격 상승에 따른 유제품 가격 인상)은 부당하다”는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아울러 과도한 유통 비용부터 줄이라고 요청했다.
25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원유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농식품부는 “지난해 원유 가격이 L당 49원 올랐는데, 올해는 생산비가 13.7% 올라 L당 69~104원 범위에서 인상분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최소인 69원만 올려도 L당 원유 가격은 처음으로 1,000원(현재 L당 996원)을 넘게 된다. 이번 원윳값 인상은 역대 최대 인상폭이 될 전망이라, 서울우유 등 유업체가 가격 인상에 나설 경우 1L 우유 가격이 3,000원대를 웃돌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원윳값을 올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농가의 사료비 부담이 크게 늘어난 탓이다. 한국은 젖소 먹이인 조사료(풀사료)와 곡물을 대부분 수입하는데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이상기후로 사료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까지 맞물려 생산비가 크게 올랐다. 사료비는 생산비의 절반 이상(59.5%)을 차지한다.
원유 가격 상승은 우윳값 인상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빵·커피 등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 물가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지난해 L당 원유 가격이 49원 오르자 우유 가격은 10% 안팎으로 뛰었고, 우유가 재료인 생크림 등 가공식품 가격도 줄줄이 올랐다.
올해 농식품부는 사전 단속에 나섰다. “아이스크림은 우유가 거의 들어가지 않고, 빵과 과자도 우유 사용 비중이 1~5% 수준”이라며 밀크플레이션 가능성을 일축했다. 원유 가격 상승으로 우윳값이 오르더라도 이를 명분 삼은 유제품 가격 인상은 부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유제품 중 국산 원유를 사용하는 비중은 전지분유(가루우유)가 9.8%, 버터 6.1%, 치즈는 1.8%에 불과하다.
농식품부는 오히려 과도한 유통 비용이 우유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고 보고 있다. 우윳값은 원유 가격 외에도 제품을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인건비와 유류비, 판매관리비 같은 유통 마진으로 구성된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유업계와 농가가 노력하는 만큼 마트 등 유통업계도 합리적으로 가격 결정을 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현재 농가와 유가공업체로 구성된 낙농진흥회는 다음 달부터 적용할 원윳값 인상폭을 결정하기 위해 협상하고 있다. 이달 24일까지 10차례 협상을 진행했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해 27일 재논의할 예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입장 차가 좁혀진 만큼 조만간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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