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판결 존중한다"지만 당내 강한 반발 기류
"다시 돌아가도 탄핵"… '이상민 면죄부' 지적도
더불어민주당은 25일 헌법재판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탄핵소추안을 기각하자 "헌재 판결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당내에선 헌재 판결과 별개로 국가적 참사에 대한 정부 책임자가 아무도 없다는 명분으로 정치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는 기류가 강하다. 그러나 의석수를 앞세운 헌정사 첫 국무위원 탄핵이 무위에 그친 것을 계기로 민주당이 국회 권력 행사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박광온 원내대표는 이날 충남 부여 수해 복구 현장에서 취재진과 만나 헌재 결정과 관련해 "파면에 이르지 않았지만, 행안부 장관이 모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헌재 결정문에도 나와있고 국민의 일반적 생각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피청구인(이 장관)은 행안부의 장이므로 사회재난과 인명 피해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헌재의 판단을 부각한 것이다. 그는 이 장관 탄핵이 '반헌법적 행태'라고 야당을 직격한 대통령실에 대해선 "헌법상 보장된 탄핵 추진이 반헌법적이라면, 헌법에 규정된 행위를 국회가 해선 안 된다는 주장과 같은 얘기가 될 것"이라고 일축했다.
당내에서도 기각 결정이 나왔지만, 탄핵 추진은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의견이 다수다. 국회 탄핵안 처리 당시 원내대표였던 박홍근 의원은 "이 장관 탄핵은 압도적 국민의 요구였다"며 "사회적 대참사에도 그 누구 하나 책임지지 않고 대통령 사과조차 외면하는 현 정부를 대표해 재난 안전 관리 주무장관에게 그 책임을 물은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초선 의원도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같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상민 탄핵 태스크포스(TF)'와 장혜영 정의당·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도 국회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 결정에 대한 국민적 희망과 기대가 컸던 만큼 아쉬움이 크다"며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사회안전을 책임지도록 한 헌법적 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이 장관의 복귀는 이태원 참사로 드러난 문제를 더 이상 개선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장관의 즉각 사퇴를 촉구했다.
반면 결과적으로 이 장관에게 오히려 정치적 면죄부를 준 셈이라는 지적도 있다. 민주당의 한 중진의원은 "모든 걸 사법적으로 끌고 갔어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고, 또 다른 의원은 "이 장관 탄핵안이 기각되면서 우리가 덤터기를 쓰게 된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이 향후 국회 권력을 행사하는 데 부담을 느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의석수를 앞세운 탄핵이 재난 컨트롤타워의 공백과 정쟁으로 이어진 데 대한 비판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여야 모두 내년 총선 승리가 절체절명의 목표인 상황에서 민주당이 정부 견제 수단인 국회 권력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적지 않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향후 민주당의 정치적 의사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면서 "예전처럼 다수 의석을 앞세워 안건을 처리하긴 힘들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소장은 "민주당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면서도 "민주당의 입법 독주 문제가 쉽게 해결되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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