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투자를 위해 증권사에서 빌린 돈(신용융자)이 다시 20조 원에 육박했다. 차액결제거래(CFD) 계좌에서 매도 물량이 쏟아지며 ‘빚투(빚내서 투자)’ 종목들이 무더기 하한가 충격을 겪은 지 불과 3개월 만이다.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면 대출 원금 회수를 위한 증권사들의 반대매매가 하락폭을 키워 피해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4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19조9,409억 원으로 연중 최고치(20조4,319억 원)에 근접했다. 연초부터 증가해온 신용융자는 4월 CFD발 하한가 충격으로 주춤하며 18조 원 초반대까지 줄었다가 다시 팽창세다. 빚투 진원지는 상승 랠리를 이어온 코스닥 시장이다.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10조562억 원으로 전체의 절반을 넘는다.
현재 주가 상승 랠리가 경제 펀더멘털 개선에 따른 것이라기보다 2차전지주 등 몇몇 주식에 대한 극심한 쏠림에 의존하고 있다는 게 문제다. 2차전지 대장주 에코프로 주가는 연초 주당 11만 원에서 어제 장중 140만 원까지 뚫었다. 신용융자 역시 포스코그룹 계열 6개 상장사에 1조 원 넘게 몰리는 등 소수 종목에 집중된다. CFD 사태처럼 주가조작 세력이 개입한 것이 아니라 해도, 쏠림의 변동성 위험은 어제 코스닥지수가 4% 넘게 하락한데서도 확인된다.
빚투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다시 꿈틀댄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월 이후 3개월도 안 되는 기간에 3조 원 넘게 증가했다. 주택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기대감에 ‘영끌’족들이 돌아왔다는 관측까지 나온다. 이런 와중에 정부는 오늘부터 역전세 대출규제를 완화하는 등 최후의 보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예외를 계속 늘려가고 있다.
빚투의 후폭풍을 예상하기는 어렵지 않다. 코로나 사태 직후에도 주식과 부동산, 그리고 코인 빚투에 나섰다가 곳곳에서 터진 비명을 목도했다. 지금 정부 기대와 달리 경기는 상저하고로 가지 않을 수 있다는 지표들이 속속 나온다. 가계도, 정부도 경각심을 바짝 높여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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