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그제 방북 중인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과 함께 평양의 '무장장비전시회-2023'을 관람했다고 한다. 노동신문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쇼이구 장관에게 북한군이 장비하고 있는 무기전투기술 기재를 소개하고 세계적인 무장장비 발전 추세와 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고 한다.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 군대와 인민이 강력한 국가건설을 위한 투쟁에서 커다란 성과를 쟁취하리라는 확신을 거듭 표명했다"고 전했다. 북이 정전협정일을 칭하는 '전승절' 기념행사인 '무장장비전시회-2023'에서는 ICBM 등 탄도미사일은 물론 무인기가 다수 포착됐다.
전쟁을 수행 중인 쇼이구 장관이 군사대표단을 이끌고 친히 평양을 찾고, 김 위원장이 무기 전시장에 동행한 풍경 자체가 예사롭지 않다. 그가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북한 살상무기의 러시아 수출 또는 지원이나, 나아가 북한군 파병까지 북측과 협의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압도적 전력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군의 강력한 저항과 반격에 밀려 전쟁이 1년 넘게 길어지면서 병력과 무기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러시아 사정을 감안하면 무리한 관측도 아니다. 이미 북한이 식량 등을 획득하는 대가로 러시아 용병그룹에 포탄과 로켓탄을 지원했다는 외신보도가 지난해부터 나왔다. 러시아 일부 매체들은 지난 3월 북한의 의용군 파병 계획을 보도하기도 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불법적일 뿐만 아니라 반인류적인 전쟁범죄 행위로 국제사회 지탄을 받고 있다. 북한의 무기 수출, 지원은 명분 없는 전쟁을 더 장기화할 우려가 크며, 전쟁 범죄에 가담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무엇보다도 북한의 무기 수출, 거래는 유엔 안보리 결의를 통해 금지돼 있다. 숱한 유엔 결의 위반으로 고립에 처한 북한의 러시아 무기 지원 등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질 경우 국제적으로 심각한 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북한은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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