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세법개정안]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확대
"산업규모 적어 온기 확산 제한적"
윤석열 정부가 경제 활력 제고 목적의 감세를 27일 '2023년 세법 개정안' 전면에 내세운 건 한국 경제가 처한 현실이 녹록지 않아서다. 수출 부진 속에 1분기 성장을 이끈 민간 소비는 얼어붙었고, 2분기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이 줄어든 ‘불황형 흑자’에 머물러 반등 물꼬가 절실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가장 힘을 실은 건 영상콘텐츠 투자 세제 지원이다. 현재 제작사 규모에 따라 3~5%인 제작비 기본 공제율을 5~15%로 확대하고, 여기에 추가 공제율(10~15%)을 더하는 게 골자다. 대기업 제작사는 제작비의 최대 15%, 중견기업 20%, 중소기업은 30%의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미국(25~35%), 프랑스(30%), 영국(20~25%) 등 주요 선진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영상콘텐츠에 대한 지원이 다른 나라보다 뒤처지지 않도록 공제율을 대폭 인상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세제 지원이 국산 영상콘텐츠의 경쟁력을 높이고, 내수 활성화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영컨설팅기업 오픈루트에 따르면, 영상콘텐츠 제작비에 대한 세제 지원을 기존보다 약 2배 늘릴 경우 4년간 1조8,710억 원의 생산 유발, 9,922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이에 대해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산업 규모가 작기 때문에 국내 경기에 미칠 영향이 제한적이고, 공제 확대가 제작사들의 위험 부담을 얼마나 상쇄시킬지도 미지수”라고 평가했다. 오픈루트 추산액과 단순 비교했을 때 이번 개정안으로 연간 3,000~4,000개의 추가 일자리가 생긴다고 해도 청년실업 등 고용시장의 판을 바꾸긴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경제 활력 제고 방안은 해외에 진출했다가 국내로 되돌아온 기업에 대한 세제 지원 강화다. 정부는 복귀 기업을 늘리기 위해 7년까지 소득세·법인세 전액, 이후 3년간 절반을 감면해 주기로 했다. 현재는 5년간 전액 면제하고, 추후 2년간 50%만 걷는다.
정작 기업들 분위기는 정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앞서 지난해 9월 한국경영자총협회가 해외 진출 기업 306개 사를 대상으로 국내 복귀 의사를 조사한 결과, 93.5%는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그 이유로 노동 규제(29.4%)를 가장 많이 꼽았다. 성 교수는 “이번 세제 지원이 복귀 계기가 될 것으로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세수 펑크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계속된 감세안은 향후 재정 운용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높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감세와 재정건전성을 동시에 달성할 수 없다는 사실은 이미 올해 최악의 세수결손을 통해 증명됐다”며 “경기 반등을 위해 감세정책이 필요하다면 국민에게 이를 시인하고, 동의부터 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감세안으로 내년 줄어드는 세수는 7,546억 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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