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계약하면 구제 어려워
"내가 사업을 하나 하려고 하는데, 네가 대출받아 차 한 대만 사 주면 나중에 비싸게 팔아서 큰 몫 떼 줄게. 대출 원리금도 어차피 내가 갚을 거니까 걱정하지 마."
지인 제안에 솔깃해진 A씨는 한 캐피털 모집인을 통해 중고차대출을 직접 신청했다. 금융사에서 걸려온 확인 전화에도 A씨는 직접 대출 신청한 게 맞고 차량도 본인이 이용할 것이라고 답했다. 앉은자리에서 쉽게 거액의 수수료를 챙길 수 있을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량을 건네자마자 지인은 잠적했고, A씨에게 남은 건 빚더미뿐이었다.
최근 A씨 같은 사례가 늘자 금융당국이 주의를 당부했다. 금융감독원은 30일 "고수익을 보장한다면서 소비자에게 대출·할부·리스 등 자동차금융을 이용해 차량을 구입하도록 유도하고 이를 편취한 후 잠적하는 사기 사건이 지속 발생하고 있으니 더욱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자동차금융 사기로 밝혀지더라도 A씨처럼 본인이 직접 계약했다면 구제를 받기가 어렵다는 점이다. 특히 자동차 리스의 경우 잔여 리스료를 리스 회사에 납부해야 할 뿐 아니라 자동차 반납 의무까지 있기 때문에 부담이 커진다. 금감원 관계자는 "직접 계약하지 않더라도 본인의 신분증을 건네주거나 인증서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경우, 해피콜에 거짓으로 답변하는 경우 등도 피해 구제가 어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국은 자동차금융 상품 설명서에 주요 사기 유형과 주의 문구를 명시하고, 소비자가 안내 내용을 읽고 이해했는지 확인하는 절차를 새로 만들기로 했다. 또 자동차금융을 2건 이상 이용하는 경우 소비자에게 사기 가능성을 안내하는 메시지를 금융회사가 자동으로 발송하도록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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