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정신적 충격... 5달째 출근 불가
강제전학 처분에 "못 간다"며 불복소송
법조계 "최근 법적 불복절차 남용" 지적
교사 앞에서 친구에게 음란행위를 부추겨 실제 그 행동으로 옮기도록 한 중학생이 교권 침해로 강제전학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이 학생은 최근까지 불복 소송을 거듭하며 전학 조치를 거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 교사는 정신적 충격으로 5개월째 학교를 나오지 못하지만, 학생 측은 "전학을 갈 순 없다"며 법원에 집행정지 신청까지 내 불복 절차를 계속했다. 학교 현장에선 "문제 학생 측의 소송 남용에 교원들은 무방비 상태로 맞서야 한다"며 "교권 보호를 위한 법률적 지원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30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대전지법 행정1부(부장 김용덕)는 중학생 A군과 학부모가 학교의 강제전학 징계에 불복해 낸 집행정지 신청 소송에서 A군 측 신청을 기각했다. 항고심 재판부 역시 지난달 이 신청을 기각했다. 법적 절차를 통해 전학을 현실적으로 되돌리기 어렵게 되자, A군 측은 19일 본안에 해당하는 징계 취소 소송을 취하했다. 이날은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이 발생한 다음 날이었다.
중3인 A군은 올해 3월 교사 B씨가 보는 앞에서 친구 C군에게 "자위행위를 해보라"고 말하는 등 음란행위를 시켰다. 이 말을 들은 C군은 실제 부적절한 행동을 했고, 함께 있던 교사 B씨는 이를 목격한 뒤 정신적 충격을 호소했다. 사건 직후 열린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에서 B씨는 "두 학생의 행위로 큰 성적 수치심과 불쾌감을 느꼈고, 이후로 학생들을 상대하는 것이 힘들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교보위는 4월 A군과 C군에게 강제전학 처분을 내렸다. C군은 이를 수용했지만, A군은 즉시 불복 절차를 밟았다. 징계 취소 소송과 함께 낸 집행정지 신청에서, A군 측은 "익숙한 환경에서 떠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등 회복하기 어려운 불이익이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음란행위를 직접 한 C군과 달리, A군은 이를 말한 것에 불과하다는 항변도 뒤따랐다.
재판부는 그러나 A군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A군도 자기의 언행 자체는 인정하고 있으며, 피해 교사가 사건 발생 수개월이 지난 시점까지 출근하지 못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는 점이 기각의 주요 이유가 됐다. 특히 재판부는 "졸업을 앞둔 상황에서 집행정지 신청을 인용(A군의 등교 허용)하면, B교사에 대한 보호가 미흡해지고 분쟁이 악화할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전학 처분은 선도의 가능성을 높이려는 교육적 조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A군 사건의 경우 징계 취소 소송 사건의 재판부마저 "형법상 공연음란죄에 해당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을 만큼 문제 행동의 수위가 상당했다. 그러나 A군 사례에서처럼 '강제전학' 징계가 내려질 경우 학부모가 법원 등에 불복 절차를 진행하는 경우가 부쩍 늘었다는 게 최근 법조계의 평가다. 박상수 학교폭력피해자가족협의회 자문변호사는 "징계가 당연한 사안에도 '소송 전략'이 일단 시도되는 추세"라며 "이 때문에 교보위에서 잡음을 우려해 아예 징계를 내리지 않는 경우도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학교폭력 전문 이지헌 변호사 역시 "교권 보호를 현실화하려면 후속 절차에 대해서도 교육청으로 이관해 일괄 지원하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보위 징계나 법원 소송 과정에서 교사가 법적 조력을 받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다. A군 사건 재판 과정 내내 법적 절차를 도맡은 건 교보위 소속 교사 세 명뿐이었다. 학교 예산으론 변호사 선임은 고사하고 법률 자문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교권 침해 대응도 학교가 알아서 해야 해서) 지금은 교사들이 법까지 공부하며 대응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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