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에 반대하며 전국 경찰서장(총경) 회의를 주도했다가 징계 후 좌천인사를 당한 류삼영 총경이 결국 사직했다. 류 총경뿐 아니라 총경회의 현장 참석자들(54명)에게도 사실상 문책성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 휴무일 하루 모인 것을 빌미로 단행된 무더기 보복인사는 경찰 조직의 건전성을 해칠 수밖에 없다. 국민은 바라보지 않고 윗선에 충성 경쟁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만 득세하는 조직은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
최근 경남청 112상황팀장으로 전보된 류 총경은 “경찰국 신설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모였다는 이유로 저를 포함한 참석자에게 사실상 강등에 가까운 보복 인사가 이어지고 있다”며 31일 사직서를 냈다. 앞서 2월 총경 정기인사에서 총경회의 참석자 대부분이 시·도경찰청 112상황팀장 등으로 사실상 문책성 인사를 당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총경 복수직급제로 보직 58석이 늘어나면서 인사의 룰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내부에서 ‘복수(revenge)직급제’라는 비난이 나왔다.
행안부 내 경찰국 신설은 경찰 독립 훼손 우려가 있었고, 이에 총경들이 토요일에 모여 의견 수렴을 한 것인데 좌천인사로 ‘찍어내기’를 할 만큼 포용 못할 행위인지 의문이다. 서울행정법원도 지난 3월 류 총경에 대한 정직 3개월 징계에 대해 효력 정지 결정을 내렸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태원 참사를 겪고도 이상민 행안부 장관, 윤희근 청장, 김광호 서울청장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은 것과도 대비된다. 국민 보호에 실패한 경찰보다, 윗선을 비판한 경찰을 더 눈엣가시로 여긴다면 피해는 국민들에게 돌아온다. 이태원 참사 관련 공판에서 ‘이태원 핼러윈 축제 공공안녕 위험 분석’ 보고서를 사전 작성했던 용산경찰서 정보관은 “지역정보(이태원)는 필요 없다. (대통령실 주변) 집회관리에 매진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었다. 사회적 참사에서 잇단 경찰 대응의 실패는 ‘국민 말고, 윗선에 충성하라’는 경찰 내부의 반복된 시그널로부터 비롯된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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