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검단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를 불렀던 ‘철근 누락’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발주한 다른 아파트에서도 무더기로 발견됐다. 검단아파트처럼 수직 기둥으로 넓은 슬래브를 받쳐주는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LH 발주 91개 단지를 전수 조사했더니 15개 단지 지하주차장에 하중을 지탱해 주는 철근 부품(전단보강근)이 설치되지 않았다. 6곳 중 1곳은 검단아파트처럼 붕괴될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심지어 한 단지는 대상 기둥 154곳 모두 철근이 누락됐다니 충격적이다.
철근이 빠진 과정도 검단아파트와 흡사하다. 10개 단지는 설계 단계에서 철근이 누락됐고, 5개 단지는 건설사가 시공 과정에서 빠뜨렸다. 검단아파트의 경우 설계에서 철근이 절반 누락되고 시공 과정에서 또다시 절반이 사라졌는데 감리는 발견하지 못했다. 이번에 확인된 15개 단지 역시 설계, 감리, 시공 전 과정에서 문제가 있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입주민이나 분양계약자들은 불안할 수밖에 없다. 15개 단지 중 5개 단지는 이미 입주가 완료된 곳이다. 국토교통부는 신속히 보강공사를 하고 정밀안전점검을 거치겠다지만, 우려를 불식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 단 1%라도 위험요소가 남는다면, 검단아파트처럼 전면 재시공까지 고려를 해야 할 것이다. 민간 아파트에 대해서도 신속한 전수조사가 뒤따라야 함은 물론이다.
무엇보다 공기업인 LH가 발주한 공사에서 이런 부실이 비일비재했다는 점에 정부도 깊이 반성해야 한다. 심지어 일부 단지는 LH가 직접 감리를 했다고 한다. 설계∙감리 책임자는 물론 LH 책임자에 대해서는 훨씬 강도 높은 처벌과 인사 조치가 있어야 한다. 실무자 꼬리 자르기는 용납될 수 없다.
어제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 검단아파트 공사의 설계와 감리를 맡은 업체가 과거 조사에서 LH 전관을 영입한 곳들이었다며 감사원에 감사 청구를 한 대목도 대충 흘릴 일이 아니다. 만약 사실이라면 현 정부가 강조하는 이권 카르텔의 전형이다. LH와 전관의 유착이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부실공사를 낳았다면 그 어떤 이권 카르텔보다 앞장서 척결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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