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오·황유정·이소라·허훈 시의원 인터뷰]
학대 사망 아동 장례 지원부터 가족돌봄청년 발굴,
청년의 사회 참여 지원과 1인 가구 수도요금 완화
'초선 4인방'이 노력해 만든 우리 삶을 바꾼 조례들
학대로 사망한 무연고 아동의 장례를 이젠 공공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공영장례 조례 일부개정ㆍ황유정 의원). 홀로 가족 간병과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가족돌봄청년 900명이 발굴돼 새로운 미래를 꿈꾸게 됐고(가족돌봄청년 지원에 관한 조례ㆍ이소라 의원), 청년의 사회참여와 권익증진을 위한 행정적ㆍ재정적 지원 체계도 갖춰졌다(청년친화도시 조성에 관한 조례ㆍ서준오 의원). 오피스텔 거주 1인 가구의 수도 요금 과부담을 완화해 틈새 복지도 실현했다(수도 조례 일부개정ㆍ허훈 의원). 작년 7월 1일 개원한 제11대 서울시의회에서 지난 1년간 탄생한 ‘빛나는’ 조례들이다.
조례는 도시를 바꾸고 시민 삶을 개선한다. 지방의회는 생활정치의 터전이다. 서울시민 942만 명을 대표하는 서울시의회의 위상은 스웨덴(인구 1,061만 명) 스위스(880만 명) 노르웨이(547만 명) 같은 유럽 선진국의 국회에 비견할 만하다. “서울을 안전하고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시의원들은 법령과 정책, 보고서 등 숱한 자료들과 씨름하며 밤을 지새웠다. 수시로 현장에 나가 주민들을 만나고 각종 민원과 제안을 귀에 담아 왔다. “생활정치에 답이 있다”는 신념이 없었다면 꾸준히 실천하기 어려웠을 일들이다. 112명의 서울시의원 가운데 일 잘하기로 소문난 ‘초선의원 4인방’, 국민의힘 황유정(62)ㆍ허훈(47) 의원, 더불어민주당 서준오(48)ㆍ이소라(29) 의원을 지난달 18일 중구 서울시의회 의원회관에서 만나 의정 생활 1년에 대해 들었다.
-시의회 1년을 총평한다면.
황유정(황)= “법보다 조례가 시민 삶에 더 가깝게 닿아 있다. 줄곧 시의원을 꿈꿨던 이유다. 그래서일까. 여당임에도 시정을 엄격하게 평가하게 된다. 예산 수억 원쯤은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정책을 보면 화가 난다. 고되게 벌어서 낸 세금이다.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이 막중하다.”
서준오(서)= “예산이 어떻게 쓰이는지 현장에서 직접 살펴보고, 잘못된 점을 지적하는 게 시의회의 존재 의미이자 의원의 책무다. 예컨대 시 집행부가 경로당 중심으로 노인 정책을 편다면, 경로당 밖 소외 노인을 만나고 시에 지원책을 요구하는 건 현장을 잘 아는 의원만 할 수 있는 일이다.”
허훈(허)= “의원들이 정말 바쁘다. 예산 심의만 해도 시(50조 원)와 교육청(13조 원)을 더해 한 해 63조 원을 의원 112명이 감시한다. 1인당 6,000억 원이다. 시의원이 얼마나 중요한 일을 하는지, 조례가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시민들이 몰라줘 때론 섭섭하다.”
이소라(이)= “시의회에서 만든 조례를 근거로 시 집행부가 사업을 한다는 사실을 모르는 분들도 많다. 의회도 시민에게 더 다가가야 하겠지만, 의원들이 열심히 뛸 수 있도록 시민의 격려와 언론의 관심이 절실하다.”
-입법기관으로서 오세훈 시장의 서울시를 평가한다면.
서= “민간이 재개발을 주도하고 공공이 행정 절차를 지원하는 신속통합기획은 주거환경 개선, 노후도시 재정비 측면에서 잘하고 있다고 본다. 하지만 ‘그레이트 한강 프로젝트’는 우려스럽다. 대중교통 접근성을 어떻게 극복할지 의문이다. 차기 대선을 위한 성과 쌓기로 비칠 수 있다.”
황= “한강 개발도 ESG(환경ㆍ사회ㆍ지배구조개선)를 고려해야 한다. 오 시장이 의제 발굴은 잘하는데, 정책의 효용성은 더 지켜봐야 한다. 거대 담론에 치우친 인상도 받는다. 단, 정책에 문화를 담아내려는 노력은 칭찬할 만하다.”
이= “서울형 키즈카페 사업도 문제다. 아이들의 놀이권 보장이란 의도는 좋으나 놀이공간 구성이 획일적이다. 동마다 1개 이상씩 400여 곳을 조성한다는데, 개수만 많으면 되는 걸까.”
허= “결과에 대한 모든 책임은 결국 오 시장의 몫이 아니겠나. 의회는 집행기관과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며 권한을 남용하지 않도록 견제하면 된다. 여당이 다수당이지만 오 시장을 무작정 두둔하진 않겠다.”
-시민에게 자랑할 만한 조례를 꼽는다면.
황= “이 의원이 발의한 ‘가족돌봄청년 지원 조례’다. 조례는 법의 하위이지만 현장의 필요에 의해 법보다 먼저 만들어지고 법 제정까지 이끌 수 있다. 이것이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다.”
이= “공부를 많이 하고 깐깐하기로 소문난 의원께서 칭찬해 주시니 쑥스럽다. 나는 윤영희 의원이 발의한 ‘난임극복 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꼽겠다. 덕분에 많은 부부가 소득 수준과 상관없이 난임 시술비를 지원받을 수 있게 됐다.”
서= “허 의원과 함께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을 발의했다. 기존에는 재건축 단지 안전진단 비용을 주민 모금으로 충당해야 해 갈등이 많았다. 하지만 앞으론 보증보험 가입을 통해 융자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서울을 변화시키는 동력이 되길 기대한다.”
-시의회에는 어떤 변화가 필요한가.
허= “쓸모없는 조례, 조례를 위한 조례가 너무 많다. 한 회기마다 발의된 조례안이 200개가 넘는다. 발의 건수로 의정 활동 성과를 비교 평가하는 관행 탓이다. 조례는 지원 근거가 되지만, 규제 근거가 되기도 한다. 1인당 조례안 발의 횟수를 연간 10회 정도로 제한하면 어떨까.”
황= “정책지원관은 늘렸으면 한다. 현재 의원 2인당 1명이다. 두 의원이 서로 배려하느라 일을 배당하지 않거나 반대로 일을 더 많이 시키는 경우가 있다. 요일제로 나누기도 한다. 정책지원관은 행정 처리에 떠밀려 정작 중요한 정책 보좌를 못하는 실정이다. 의원들도 지역구 활동에 도움을 받지 못해 난감하다. 1인당 1명씩은 있어야 한다. 의원이 뜻에 맞는 사람을 뽑게끔 별정직 전환도 필요하다.”
-의정 생활 2년 차를 맞았다. 남은 임기 목표는.
황= “여성의 디지털 역량 강화를 위한 조례를 만들고 싶다. 여성의 경력단절 예방과 일 가정 양립에 유리한 디지털 기반 직군으로 이동 등 궁극적으로 출산율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이= “기후위기에 관심이 많다. 서울시와 산하기관이 3년간 종이 구입 및 인쇄에 쓴 비용이 100억 원이다. 디지털 기기로 대체하면 예산도 아끼고 탄소배출도 줄일 수 있다. 작은 관행부터 바꿔 가겠다.”
서= “노원구에 발달장애인 복지시설을 설립할 때 장애아 부모들이 주민 반대 때문에 노심초사했다고 한다. 재개발을 할 때 공공기여로 문화체육시설을 많이 지었는데 앞으로는 복지시설을 확충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조례로 뒷받침할 수 있을지 고민 중이다.”
허= “2기 예결위에 참여한다. 하반기 추경을 포함해 시민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매의 눈’으로 뜯어보려 한다. 지난 1년간 부지런히 뛰었다. 2년 차에는 더 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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