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5대 시중은행 가계대출이 또 1조 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1일 집계됐다. 5월 이래 3개월 연속 심상찮은 증가세다. 5대 은행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지난 5월 1,431억 원, 6월 6,332억 원에 이어 7월 9,755억 원이 늘어 최근 3개월에만 1조8,000억 원 정도 증가한 셈이다. 가계대출 증가는 금리하락 기대와 정부 대출규제 완화책의 영향이지만, 가계부채 리스크를 너무 키우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사고 있다.
가계대출 규제완화책은 다양하다. 지난해 12월 투기·투기과열지구 15억 원 초과 아파트에도 주택담보대출이 허용됐고, 무주택자 주택담보대출비율(LTV)은 50%로 일원화됐다. 올 초엔 실수요자 대상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고정금리의 특례보금자리론이 출시됐다. 9억 원 이하 주택에 소득과 무관하게 최대 5억 원까지 빌려주면서 30조 원 이상 신규대출이 일어났다. 여기에 아파트 역전세난 우려가 확산되자 전세보증금 반환 대출도 허용됐다.
대출규제 완화는 큰 틀에선 부동산 경착륙을 막기 위한 고육책이라고 볼 수 있다. 부동산 거품 우려에 미국 금리인상까지 더해지면서 지난해 주택가격 급락 조짐이 나타나자 정부는 종부세 완화 및 공시가격 하향조정 등과 함께 대출규제 완화를 통해 수요를 자극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105%에 이른 막대한 가계부채를 감안할 때, 집값 급락은 자칫 가공할 부채위기를 부를 수 있다는 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
문제는 대출규제 완화가 다시 집값이 들썩이는 부작용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서울 강남 등 일부 지역 아파트값이 다시 상승하고, 한은 주택가격전망지수가 8개월째 상승하는 등 당초 정부가 천명한 ‘부동산 하향안정세’도 어긋나는 조짐이다. 정부는 가계대출이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지만, 이창용 한은 총재는 상황을 거듭 경고하고 있다. 정부는 고육책이 되레 위기를 키우는 ‘독약’이 되지 않도록 정책 시그널을 보다 명확히 낼 필요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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