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류 가격 역대 최대 하락폭 영향
한은 "연말 3% 안팎에서 등락할 것"
7월 물가상승률(2.3%)이 25개월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1년 전 정점을 찍었던 기저효과 영향이 큰 데다, 출렁이는 국제유가와 기상 악재 등 불안 요인이 많아 안심하긴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 물가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2.3% 올랐다. 2021년 6월(2.3%)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지난해 7월 6.3%까지 치솟았던 물가 상승률은 줄곧 뒷걸음질 치며 6월(2.7%)에 이어 두 달 연속 2%대에 머물렀다.
물가 상승률 하락은 지난해 물가 급등세를 이끈 석유류 가격이 큰 폭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25.9% 하락하며 물가 상승률을 1.49%포인트 끌어내렸다. 1985년 1월 이후 최대 하락폭이다. 경유(-33.4%)와 휘발유(-22.8%), 자동차용 액화석유가스(LPG·-17.9%) 가격이 일제히 떨어진 덕에 석유류 가격 영향을 크게 받는 전기·가스·수도 상승률(21.1%)도 지난해 9월(14.6%) 이후 가장 낮았다.
한풀 꺾인 고물가 흐름은 다른 지표에서도 나타난다. 변동성이 큰 식료품·에너지 가격을 제외하고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지수의 오름폭(3.3%)은 15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소비자가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역시 1.8% 상승하며 29개월 만에 최저 기록을 갈아치웠다.
하지만 이 같은 흐름이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낙관하긴 어렵다. 석유류 가격 하락이 이끈 물가 안정세는 국제에너지가격 변동에 따라 언제든 다시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 완화와 주요 산유국의 생산량 감소가 맞물리면서 국제유가가 배럴당 93달러까지 오를 것으로 봤다. 세계 3대 원유 중 하나인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의 배럴당 가격은 지난달에만 11.16달러(15.8%) 뛰었다.
게다가 지난달 말 집중됐던 폭우 피해가 채소 등 신선식품 가격에 반영되는 시점(2주 뒤)을 감안하면 신선식품 가격 급등은 이달부터 본격화할 가능성이 높다. 채소류 가격이 전체 물가를 밀어 올릴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 신용등급 강등에 따른 안전자산 선호 현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1,300원을 다시 돌파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향후 물가엔 악재다. 환율이 높아지면 수입 물가를 올려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한국은행은 이날 물가상황점검회의를 열어 “물가 상승률이 당초 예상대로 8월부터 다시 높아져 연말까지 3% 안팎에서 등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은 국제유가 추이와 기상 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 공공요금 조정을 물가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기획재정부는 “8~9월에는 국제에너지가격 상승으로 물가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지만 10월 이후 다시 안정 흐름을 회복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