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개구리 다리 연간 2500톤 이상 수입
개체수 보호 위해 특정 조건에서만 포획 허용
"부자 나라 입맛에 가난한 나라 생태계 위기"
유럽 미식가들의 ‘개구리 요리’ 사랑이 동남아시아 개구리를 멸종 위기로 몰아넣고 있다. 규제 탓에 개구리 공급량을 맞추지 못한 유럽 각국이 대거 수입에 나선 까닭이다. 부자 나라들의 식탐과 이기심 때문에 개발도상국이 생태계 파괴라는 피해를 떠안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프랑스는 개구리 다리 2,500톤을 매년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 수입한다. ‘퀴스 드 그르누이(Cuisses de grenouilles)’ 같은 개구리 다리 요리를 미식가의 식탁에 올리기 위해서다.
프랑스 국민은 1년에 약 4,000톤의 개구리 다리 요리를 소비한다. 그러나 정부가 개구리 개체수 보호를 위해 번식기(2~4월)에 특정 조건을 갖춰야만 포획을 허용하는 등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면서 부족분을 외국에서 구입한다.
벨기에, 네덜란드 등 인근 유럽 국가들도 개구리 다리 대표 수입국이다. 지난해 독일 야생동물 보호단체 ‘프로 와일드라이프’는 유럽이 해마다 개구리 2억 마리를 식용으로 동남아시아에서 수입한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수출 국가의 야생 개구리 역시 무한대는 아니라는 점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이 개구리 개체수를 별도로 파악하지 않아 공식적인 통계는 없다. 그러나 세계 환경보호 단체들은 동남아 개구리가 자칫 멸종 위기종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글로벌 동물보호단체 휴먼소사이어티인터내셔널 베트남 지부 응우옌마이 담당자는 “야생 개구리를 찾아보기 어렵게 됐지만 베트남 정부는 개구리 판매나 수출을 제한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꼬집었다. 동남아 개구리의 미래를 어렴풋이 짐작할 선례도 있다. 벨기에는 튀르키예 토착종 양서류 ‘아나톨리안 물개구리’를 요리에 주로 사용했는데, 10년 안에 야생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 상태다.
개구리 개체수 감소는 생태계를 위협한다. 개구리는 곤충을 잡아먹는다. 개구리가 부족해지면 동남아 국가들은 벼농사를 망치는 주범인 메뚜기 떼나 뎅기열을 유발하는 모기를 없애기 위해 더 많은 화학 물질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프랑스 환경보호단체 ‘로빈후드’의 샬럿 니타르트 대표는 “개구리가 사라지면 살충제 사용이 늘어날 것”이라며 “과도한 개구리 수입·수출이 생물다양성과 인류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고 우려했다.
유럽의 이율배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높다. 상당수 유럽 국가는 자국 생태계 보호를 위해 개구리 포획을 매우 까다롭게 제한하고 있는데, 정작 해외 수입 제한 조처는 하지 않으면서 피해를 외부로 돌리는 점을 문제 삼는다. 스위스에 본부를 둔 국제자연보전연맹(IUN)은 “부자 나라 입맛 때문에 가난한 나라에서 양서류 개체수 감소 부담을 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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